[5G가 앞당기는 빅데이터 시대] ③ 뜨는 '헬스케어'…규제 탓에 '그림의 떡'

2018-03-13 00:10
삼성이 개발한 혈압‧스트레스 측정 앱…미국은 OK, 한국은 NO

지난 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은 내년에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이동통신 5G가 최대 화두였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동영상 시청의 증가로 데이터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4K, 8K 등 초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모바일에서 시청하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데이터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5G는 데이터 트래픽의 폭발적인 증가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크라우드에서 처리하는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기술이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을 만나 5G 시대의 빅데이터 산업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차상균 교수 "5G는 빅데이터 산업의 촉매제"
② 빅데이터 비즈니스모델 관건은 '인재육성'에 달렸다
③ 뜨는 '헬스케어'…규제 탓에 '그림의 떡'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만든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소속 위원인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는 1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5G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건강관리) 사업이 가장 유망한 신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한준호 기자]


5G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각종 규제로 인해 이를 활용한 융‧복합 산업의 확산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는 기자와 만나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건강관리) 사업이 유망한 신사업이 될 것”이라면서도 "국내는 신산업의 융‧복합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개최된 ‘MWC 2018’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의 광센서를 활용해 혈압과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마이 BP 랩(My BP Lab)’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출시 계획을 밝혔다. 오는 15일부터 미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미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사용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의료법 등) 여러 규제나 사안이 있어 현재 국내 출시는 불가능하다”며 “관련 부처 간 규제 문제가 풀리면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웬디 베리 멘데스 UCSF 감정·건강·정신생리학 연구소장도 “이번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감정 경험, 혈압에 관해 최대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할 수 있다”며 “삼성과의 파트너십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8을 출시하면서 미국 아메리칸 웰(American well)과 제휴해 ‘삼성 헬스’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전문의와 화상으로 연결해 건강 상담을 받고 처방전을 전송받아 약국에서 약을 탈 수 있는 전문가 상담 기능을 탑재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 서비스는 제외됐다.

이처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스마트폰 등을 활용,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장할 ‘건강관리 서비스법’ 등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하기 어렵다. 또 의사가 화상통화나 전화, 문자 등으로 진단이나 처방, 상담 등을 환자에게 직접 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된다.

차 교수는 “한국은 헬스케어를 둘러싼 견고한 이해당사자 구조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관련 법 제·개정이 지지부진하다”며 “국내 이익집단이 규제를 쥐고 폐쇄된 시장을 지키고 있는 동안 미국 회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헬스케어 생태계 확산을 위해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8조5000억 달러(약 920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글로벌 공룡 IT 기업인 구글·아마존·애플 등이 연이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갤럭시S9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