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환 한중법학회 회장 "한국 기업, 꽌시(關係) 보다 중국법 전문가 도움 받아야"
2018-03-11 18:06
25년 맞은 한중법학회, 중국법 연구 분야 최고의 권위와 명성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법을 지키기보다는 '관시'(關係)를 편법으로 이용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 반드시 중국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지난달 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개최된 한중법학회 정기총회에서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13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9일 한중법학회는 제11회 중국법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 개최에 앞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최 회장은 "중국법연구회라고 하는 한개 씨앗으로 출범한 한중법학회가 어느덧 연륜이 쌓인 아름드리 25년생 나무로 성장했다"며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법학회는 대만에서 중국법을 연구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1994년 설립된 중국법연구회의 후신이다. 올해로 25년을 맞은 한중법학회는 중국법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와 명성을 지켜왔다.
최 회장은 한중법학회에 대해 "중국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내학자, 중국 국적 학자 및 법조계 회원들이 기고한 우수한 법학논문들은 국내학계는 물론 국내기업과 정부당국에 중국법에 대한 최신의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며 "중국법연구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과 중국학자들 간 학술교류활동을 확대하고 한·중 우호관계를 위해 민간기구로서 공공외교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한중법학회는 특히 한국과 중국 학계에서 내실있는 학회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중국법 연구의 시대적 요청을 충분히 인식하고 학술활동을 열정적으로 수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중법학회처럼 '중국법'을 핵심가치로 중시하는 학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학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최 회장은 '연대감', '애정', '헌신'을 꼽았다. 그는 "중국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중국법을 연구했다는 동질성이 강력한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법학회 발전에 씨를 뿌린 전임 회장님들과 고문님들이 중요한 행사때마다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하는 애정과 헌신이 학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법학회에는 총 200여명의 회원과 중국 국적의 교수·변호사 30여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개최된 중국법 관련 학술회의에서 발표자 및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연간 4번 발간되는 한중법학회 학술지인 '중국법연구'에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 교수들의 논문이 투고되고 있다"며 "이분들이 학회에 참여해 중국법 관련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법학회는 중국법 분야에서 유일하게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하는 학술지인 '중국법연구'를 발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 및 중국의 중국법 전문가를 편집위원으로 위촉해 엄격히 심사를 하고 있어 게재가 어려운 편"이라며 "논문의 질적 수준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중법학회에서는 양질의 중국법 논문을 한글 번역본과 함께 제공하는 한편, 중국의 저명한 학자를 편집위원으로 보강해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학술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차원에서 중국법연구는 '분쟁의 평화적·효과적 해결을 통학 기업지원', '중국법 이해를 통한 효과적인 투자 및 사업활동 지원' 등의 의미를 지닌다. 최 회장은 특히 "역사·지리적으로 한·중 간 경제교류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며 "중국법을 알지 않고 중국과 교류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중국법연구 활성화는 법적 리스크를 제거해 경제협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중국법 연구의 필요성으로 우리나라 법과의 기본적 차이점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헌법상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고, 한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이는 법제도 측면에서 '입법권의 우위와 공법 중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법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소송보다는 관시로 해결하는 것이 빠르다는 말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진핑 정부에서 반부패 운동과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과 교류하는 한국기업들은 중국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 및 정부가 중국법과 관련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최 회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법을 지키기보다는 편법을 이용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중국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가 주관부서가 돼 총괄적으로 중국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법 전문가가 부족한 만큼 정부는 10년 간 한시적으로 특별장학금을 운영해 중국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가르치며, 법조인 양성의 최일선에 있는 최 회장은 중국법 전문가 양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 시험에 치중돼 중국법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법무부에서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학점제로 변경한다는 소식이 있다. 이 기회에 중국법도 학점제 과목에 포함시켜 로스쿨에서 중국법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중법학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최 회장은 "중국법 이해확대를 통한 공공외교 차원에서 한·중 우호관계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라며 아울러 "중국 법치주의 법문화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변호사, 학자가 중국법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중국법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중국 동포 변호사 및 중국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실질적 도움이 되는 학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중법학회 주관으로 열린 제11회 중국법제포럼에는 중국법 교수, 변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변웅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30여분간 '한·중경제협력의 법적과제'를 발표했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와 양효령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