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A] 중도금대출 막힌 '로또 아파트' 디에이치자이 개포… "부자들만 반색?"

2018-03-09 07:40
-청약 과열 우려에 시공사 대출 불발… 분양가 10억 넘어 '부자 로또' 지적
-강남구청, 예비당첨자 비율은 80%로 높여

디에이치자이 개포 투시도[사진=현대건설 제공]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분양금 전액을 청약 당첨자가 직접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분양가만 10억원이 넘기 때문에 결국 '부자 로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분양하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시공사 보증으로 중도금 전체 60% 가운데 40%를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불발됐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10억원이 넘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들은 중도금의 40%를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협의가 불발되면서 중도금 대출이 어렵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첨자들은 분양대금 전체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로또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면서 청약 과열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건설사에게 눈치를 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시공사 보증의 중도금 대출이 막힘에 따라 청약 경쟁률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직접 자금 조달이 가능한 부자들만 도와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최대 4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80%로 높여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전용면적 84㎡ 이하 분양 물량에 대해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대출이 막히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하는 미계약 물량이나 청약 부적격자 물량이 대거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미계약·부적격 물량(잔여분)은 청약 통장이 없거나, 1순위 지원 자격이 안 됐거나, 유주택인 사람들에게도 신청 기회가 돌아가 1순위 청약경쟁률보다 부적격자 물량을 잡기 위한 경쟁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강남구청이 예비당첨자 비율을 다른 단지의 2배 수준인 80%까지 높인 것은 유주택자나 가점이 낮은 '금수저' 들이 분양받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