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비위 발견…경찰에 수사 의뢰 예정

2024-11-10 18:00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정부가 1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8명의 비위 혐의를 다수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체육회 직원부정채용 △물품 후원 요구 △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 다수 비위 혐의를 포착했다.

이 회장은 본인 자녀의 친구인 A씨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부당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이력서를 전달하고,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 등의 자격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 부서장을 교체하는 등 자격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도 묵살, A씨를 최종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단은 이 회장의 승인하에 한 스포츠종목단체 B 회장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매 비용 8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물품 구매 비용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을 자랑하는 B 회장이 올해 초 파리올림픽 관련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그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점검단은 봤다. 

이 회장은 이외에 마케팅 수익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지인 등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관광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육회의 예산 부적정 관리와 낭비 실태도 드러났다. 참관단 담당자들이 입장권 405매(1억8700만원)를 선구매하고, 필요 없어진 입장권 75매(3215만원)를 환불처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체육회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한 것은 물론,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방 일정을 진행했다. 

점검단은 규칙 위반 사항에 대해 관련자 11명(수사 의뢰 대상자와 7명 중복)을 법에 근거해 조처하도록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예산 낭비, 근무지 외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허위 증빙자료 작성 등 체육회 운영에도 다수의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