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수 구속’ 롯데, 올해 창립기념 억대 ‘불꽃놀이’ 안쏜다

2018-03-06 08:51
작년 40억 불꽃놀이…辛 회장 실형·롯데월드타워 승인 MB정부 문건에 자축 힘들어
황각규 비상경영체제 이후 사내 ‘과도한 회식·골프’ 등 금지령도

롯데월드타워가 지난해 4월 2일 오후 9시부터 11분간 ‘하나되어 함께하는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진행했다. [사진=롯데물산 제공]


그룹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에 처한 롯데가 당초 올해 계획했던 대규모 창립기념 행사를 접기로 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창립 5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4월 3일, 전야제와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을 맞아 초대형 불꽃축제를 벌인 바 있다. 약 4만t 분량의 화약 3만발이 11분간 서울 잠실 일대를 불꽃으로 수놓았고 여기에 총 40억원이 소요됐다.

5일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에 따르면, 당초 올해 창립 51주년과 롯데월드타워 개장 1주년을 맞아 불꽃축제 등 대대적 이벤트를 검토했으나 최근 ‘대내외적 분위기’를 감안해 이 계획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달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황에서 ‘축포’를 쏠 수 없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다스 실소유자’ 논란 등으로 검찰조사를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롯데월드타워의 건축 승인을 위해 ‘청와대 시나리오’까지 만들었다는 문건이 불거지면서, 롯데월드타워로서는 개장 1주년을 자축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31일 시행한 2018년 신년맞이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하늘로 쏘았던 2.5t의 ‘종이 눈꽃’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거의 1주일간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를 뒤덮어 전 직원이 청소에 나선 일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당초 올해 창립기념일과 공식개장 1주년을 맞아 불꽃놀이 등을 기획했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검토하다 말았다”면서 “대신 석촌호수 벚꽃이 피는 기간에 맞춰 롯데월드몰 측과 고객 이벤트 정도는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롯데월드타워가 국내 최초로 열었던 국제수직마라톤 행사인 ‘스카이런(SKY RUN)’은 해당 협회와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롯데월드몰 운영사인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도 “올해 롯데월드타워 개장과 창립 기념일에 맞춰 소소한 사은 행사와 할인 외에 별도의 특별한 이벤트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회장 구속 등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단 롯데월드타워뿐만 아니라, 창립 51주년인 올해는 신 회장의 상징인 ‘뉴롯데’의 원년이라 롯데 전 계열사에서 창립 기념일을 즈음해 대대적인 자체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행사는 사실상 ‘올스톱’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혹여 해이해질 수 있는 ‘사내 기강 잡기’에 돌입한 상태다. 신 회장이 구속된 지난 달 13일 이후 그룹 전 계열사에는 과도한 음주와 회식, 접대성 골프 등을 자제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이 위기상황일수록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갑작스럽게 구속되면서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됐고, 그 이후 접대성 골프 등을 자제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창립 기념일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그룹 차원에서 자축을 하기 보단 작년과 달리 조용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