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귀닫은 해수부, 1국1선사 추진? 주객전도"

2018-03-05 06:02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 제공= 현대상선]


해운업계가 정작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산으로 가는 이유로 독불장군식 해양수산부의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1국가 1선사(한 국가에서 대표 선사 한 곳만 두는 것)' 체제로 전환하겠으니 현대상선을 제외한 기타 해운사들은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국내 해운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아래 범정부 부처 '컨트롤타워' 구축, 전문가 육성 등 중장기적인 비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국가 1선사가 필수? 업계 "표면만 본 것"
해운업계는 현재 글로벌 트렌드인 '몸집 불리기'의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해수부가 추구하는 1국가 1선사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가 1국가 1선사로 해운업을 재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그럴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그러나 그 나라들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 등 특수성이 있고, 1국가 1선사를 택했을 때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도입 시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보다 역기능이 클 수 있는데도, 해수부가 '1국가 1선사'라는 일부 사례에 매몰돼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웃나라인 일본이 NYK·K라인·MOL 컨테이너부문 통합, 중국이 COSCO·China shipping·OOCL 인수합병(M&A)을 통해 각각 몸집을 불린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M&A 현황을 보면, 프랑스 CMA CGM은 싱가포르 선사 'APL', 독일 하팍로이드는 중동선사 'UASC', 덴마크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수드' 등을 인수하며 영토를 자국 내로 한정짓지 않았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우선순위는 선복량(적재용량) 증대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진입장벽 형성에 있는 것이다"며 "이를 두고, 1국가 1선사만 앞세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 해운경쟁력 저해
정부가 현대상선을 국적사로 밀어준다 해도 문제가 남는다.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전례를 감안할 때, 언제든지 현대상선마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는 화주가 신뢰를 갖는 데 큰 장애물이다. 한국 선사에 선적한 화물에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을 것이란 불신이 토대다.

특히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이다. 언제든 채권을 회수해 털고 나가도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다. 

결국은 현대상선이 또다시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가 한진해운 전처를 밟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요원하다. 정부 정책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서 해운업을 끌고 나간다고 했을 때, 나중에 문제가 돼 채권단이 포기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그제서야 다른 해운사들을 키운다 하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상선을 키우기 위해 들어갈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4만TEU(세계 14위)로, 1위인 머스크의 10분의1도 채 안 된다. 이를 100만TEU로 늘리기 위해서는 수조원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대형선박 40척과 컨테이너박스를 확보하기 위해 각각 5조5000억원, 3조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정부 예산 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정부, 철저한 대안책 제시해야"
해운업계는 이제라도 정부가 1국적 1선사를 택했을 때 효과 등을 철저히 검증해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현대상선이 오는 2020년까지인 2M과의 전략적 협약을 마쳤을 때 어떤 얼라이언스에 들어갈지, 아니면 가입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 세부 방안을 세워놓고 해운업계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구 사항이 점차 다양화한 최근 원양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하고, 경쟁우위를 점할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땜질 식이 아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운업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해운 정책 및 분석, 법률, 운항, 해운 IT 등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해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해운업에 대해 길게 보고 정책·금융 등을 지원하고, 연간산업인 조선·금융과 연계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또한 해운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전문가 집단이 모인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 선사들도 서비스 차별화와 해운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똘똘 뭉쳐야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