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비하인드]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진님들 "기자들은 방청객이 아니에요"

2018-02-21 09:58

2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새월화드라마 '키스먼저할까요' 제작발표회에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편집자 주] 스타들의 인터뷰, 쇼케이스, 제작발표회 등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소한 비하인드’는 아주경제가 만난 스타들과의 정말 사소한 만남 뒷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본다. 단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 요망!

SBS 새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발표회에는 손정현 감독, 배우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 박시연, 김성수, 예지원 등 출연배우들이 자리를 함께 했죠.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전작 '의문의 일승'이 끝난 후에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20일 첫회부터 4회까지 연속 방송을 하는만큼 SBS를 포함한 주최측의 기대가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출연배우들의 제작발표회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예고 영상은 물론 메이킹 필름, 각 주요 등장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특별 영상까지 준비하는 등 다채롭게 진행됐죠. 

문제는 이 제작발표회가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언론대상 제작발표회는 우선 출연배우들의 포토타임을 시작으로 예고영상을 봅니다. 이어 간단한 출연배우들의 소감과 인사말 후 기자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죠. 하지만 이날 '키스 먼저 할까요'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하겠다며 사전에 공지를 한 바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입장 전 명함을 받곤 하는데 이날따라 명함을 꼭 내달라며 준비한 선물이 있으니 명함을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몇번이나 당부를 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포토타임을 맨 마지막에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기자들은 멘붕에 빠졌죠.

사실 신문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 기자들이 사진기자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루에도 여러군데의 현장을 돌며 사진을 찍어야합니다. 현장에서 일찍 사진을 찍고 빠질수록 유리합니다. 다음 현장에 갈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서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자리를 따내기 위해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하기도 합니다. 포토타임을 마지막에 하면 그 행사를 끝까지 지켜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갈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포토타임을 먼저 갖고 사진기자들은 정리 후 현장에서 나가고 취재기자들은 남아서 출연배우들과 질의응답을 갖는거죠. 미리 사진을 찍어서 사진기자들이 올려주면 배우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사진을 붙여 바로바로 기사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취재기자들에게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날 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발표회는 이런 기존 방식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전체 샷이 없어 배우들의 개별 샷(토크하는 중 사진기자들이 올린)으로 대체하는 등 고생을 해야했죠. 평균 연령대가 만 45세로 서로 비슷한 나이대다 보니 친근감이 느껴졌다던 배우들은 행사 내내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시종 밝은 분위기에서 서로 웃음을 터트리며 즐겁게 행사를 이어갔습니다. 네 뭐 좋은 분위기를 전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맨 마지막으로 밀린 취재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이었습니다.

4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감우성과 전작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김선아 등 출연배우들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상의 이유를 핑계로 들어 질문을 딱 한 기자에게서만 받은 후 "시간상의 이유로 질의응답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다"며 서둘러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취재기자들도 멘붕에 빠졌습니다.

기자는 시청자와 방송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내서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이죠. 출연배우들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함으로서 방송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키스 먼저 할까요'의 제작진들은 기자들에게서 그런 역할을 빼앗아 갔습니다. 네 적당히 보여준 메이킹필름과 영상 및 소소한 배우들의 토크로 대충 쓸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준비된 질문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배우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필요합니다. 준비된 상을 차려서 그대로 먹여주기만 한다면 일반적인 방청객 대상의 제작발표회와 무엇이 다를까요. 더욱 기가막힌 것은 시작 전 걷은 기자들의 명함으로 추첨을 해서 커피상품권을 증정하겠다며 명함추첨을 했던 겁니다. 

그 시간에 질문 하나라도 더 받아줄수는 없었을까요? 상품권 추첨이라니 더더욱 기자들을 방청객 취급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커피, 제돈주고 사먹어도 됩니다. 커피상품권보다 출연배우와의 만남, 답변 한마디 더 듣는 시간이 더욱 소중합니다.

SBS 제작진님들께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을 방청객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꿔다놓은 보릿자루들이 아닙니다. 언론 대상의 행사를 개최했으면 행사 성격에 맞게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행사때는 부디 기자들에게 본연의 임무를 다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커피는 내돈주고 사먹을테니 사진 싸게 찍고 질문이나 왕창 받아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