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암호화폐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으로 우리가 주도해야”
2018-02-21 19:37
김용호 한국디지털거래소 대표, 석유시장 비유하며 가상화폐 가치 강조
김 대표, "한국발 코인시대를 열면 IT 강국 브랜드 성장에도 도움될 것"
김 대표, "한국발 코인시대를 열면 IT 강국 브랜드 성장에도 도움될 것"
“암호화폐(가상화폐)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입니다. 상호 분리되면 암호화폐와 결합돼 파생될 시너지의 절반 이상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생각하는 정부 시각에 대해 김용호 한국디지털거래소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용호 대표는 “블록체인은 참여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효율성과 보안성이 높아진다”며 “그런데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는 빈틈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광풍을 몰고 온 가상화폐시장은 정부 규제로 올들어 반토막이 났다.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조치 추진 발표 여파가 컸다.
더구나 정부 부처의 상반된 시각차와 오락가락 정책 발표 속에서 시장 혼란만 낳았다. 그 사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손절매’와 ‘존버(상승할 때까지 버틴다는 의미)’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김용호 대표 역시 “국민 피해를 우려한 나머지 너무도 급하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부처 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투자자들 피해를 발생시킨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정부가 10여 년 전 ‘바다이야기’ 투기처럼 단순히 치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2030 젊은 세대의 반발과 정부여당 내에서도 반론이 나오는 등 신중한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 성급한 시장개입 의견으로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끼친 것 역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을 초창기 석유시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석유의 예를 들어보고 싶다. 수만년 동안 퇴적돼 만들어진 석유는 수천년 동안 쓸모 없는 일개 물질에 불과했고 19세기 중반 석유 가치는 거의 제로 수준이었다”며 “이후 조명에 쓰이기 시작하고, 19세기 후반에 가정용 조명, 난방, 취사를 위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쓰임새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879년 에디슨의 백열등이 나오자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며 일시적인 불황도 나타났지만 석유를 활용하는 자동차 등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뒤따랐다는 데 김 대표는 주목했다.
그는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곧바로 발발한 1, 2차 세계대전은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됐고 20세기에 대추야자를 팔던 아라비아 지역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용호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 역시 첫선을 보인 2009년에는 0원이나 1원 정도 가치에 불과했고 세계적으로도 환영받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전자제품을 살 수 있고, 유럽에서는 ATM에서 환전받을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이 그 가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 사례였다면, 이제 또다른 제3의 혁신적인 암호화폐가 시장 확대와 거래의 전환점을 보여줄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글로벌시장 외연 넓히는 가상화폐, 한국이 주도해야
정부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다양한 가상화폐는 이미 멀찌감치 시장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되지만 핀테크와 소액결제 등에서 상당 부분 시장 활성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리플이나 스텔라와 같은 암호화폐는, 거래 속도를 엄청나게 빠르게 해 핀테크와 소액결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며 “리플의 경우 전세계 1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의 거래 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아이오타(IOTA)의 경우, IoT(사물인터넷) 환경에 쓰일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가상화폐는 한 단계씩 진화를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김용호 대표는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이 메신저에서 암호화폐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고 향후에는 메신저로 해외송금이나 급여, 생활비 전송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 우리가 해외여행 갈 때에 은행 가서 환전을 하고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준비할 필요없이, 메신저에 보관한 뒤 해외에 나가서 바로 찾거나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경우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화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해도 무방하다. 향후 가상화폐의 글로벌 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전세계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런던, 취리히, 두바이 등 해외 암호화폐 업계가 포진한 도시들에서도 한국은 메인스트림으로서 주요 시장으로 대접받고 있다. 어찌보면 위기이자 기회인 이때에 적절히 잘 대처할 것인지는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국가가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만큼 가상화폐 주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얘기에 무게감이 실린다.
◆한국발 코인시대, IT(정보기술) 강국 브랜드 성장에 안성맞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해외 블록체인 업체들이 개발한 코인류이다. 이같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한국발 코인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게 김용호 대표의 주장이다. 정부의 혁신성장 길목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의 활로를 마련하는 데 한국발 암호화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 사례와 같이 2000년 초반 인터넷기업들이 발전한 모습처럼 또 하나의 발전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게 암호화폐 시장”이라며 “건전한 기술개발과 ICO(가상화폐공개) 환경을 통해 투자금이 모이면, 기업은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IT산업 전체의 활성화와 청년창업, 신규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급성장한 한 거래소를 예로 들어보더라도 신규고용을 1000명 가까이 이뤄냈다”며 “암호화폐의 성장이 없었다면 이런 대규모 채용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암호화폐 개발업체 또한 마찬가지인 상태이며 그동안 정체돼 있던 IT 개발인력들의 고용률이 성장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현재 암호화폐를 만들고 이끄는 주요 주자들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 강대국들에게만 시장을 맡겨서는 안된다”며 “우리 자체 기술 또한 강대국 못지않게 고도화돼 있는 상황인데, ‘한국발 코인’은 또 하나의 IT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기반이 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국발 코인으로 한국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호 대표는 “거래소를 통한 거래이든, P2P를 통한 직거래이든 그에 따른 과세는 법에 따라 올바르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신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사수신행위, 다단계 등에 대한 조치를 통해 건강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