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北고위급 사흘간 다섯번 만남… 10년 공백깨고 '교류 본격화'
2018-02-12 00:30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사흘간 문재인 대통령과 다섯 차례나 회동을 가졌다. 10년에 가까운 공백이 무색하게 남북 관계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장을 건네면서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4명은 지난 9일 오후 'PRK-615' 편명의 북측 전용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에 내렸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처음 만난 것은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리셉션 자리에서다.
정상급 행사인 만큼 북측에서는 김 상임위원장만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만나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韓正) 중국 상무위원 등의 평창 대표들과 함께 주빈석에 앉도록 배려했다.
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의 두 번째 만남이다. 개막식에서 처음 만난 문 대통령과 김 제1부부장은 두 번이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접촉은 이튿날인 10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날은 세 번째, 네 번째 만남이 연달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 상임위원장,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청와대 본관 현관 밖에서 이들 대표단을 맞게 해 북측에서 온 손님에 예를 다해 반갑게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과 신영복 선생의 서화 '通'과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한반도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은 분단 극복과 통일을 염원하는 뜻이 작품에 담겼다고 직접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접견 자리에서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친서를 전달하고, '이른 시일 안에 문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어진 오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을 가리키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인데,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남북 정상회담을 총괄했던 일을 비롯해 2004년 7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어머니를 모시고 금강산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김 상임위원장은 "역사를 더듬어 보면 문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는데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며 "문익환 목사도 같은 문씨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네 번째로 이뤄진 만남은 관중석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진행된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의 경기를 봤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강릉에서 조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이 참관하고 있는 단일팀 경기장으로 합류해 함께 경기를 봤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탄식과 함성을 내질렀다. 단일팀이 비록 0대8로 패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 김 제1부부장은 단일팀에 다음 경기에 집중하라고 격려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만남은 북측 대표단의 방한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공연장에서 이뤄졌다.
이날은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아트센터에 이어 서울 국립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한 공연 관람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친 북한 대표단은 이날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10시 24분께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