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선명탐정3' 김명민, 8년의 설득

2018-02-09 17:17

영화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제공]

무려 8년이다. 배우 김명민(46)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김민(영화 ‘조선명탐정’)을 설득시켰다. 묵직하고 진중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김명민인 만큼, 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매력의 김민에 대해 낯섦을 토로하는 관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민은 꾸준히 관객들에게 김민을 각인시키고 설득시켰다. “이제는 뭘 해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김명민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은 김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은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서필(오달수 분),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극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명민은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았다. 3편에 걸쳐 완성된 김민은 더할 나위 없이 김명민에게 꼭 맞았다.

“전편과는 달리 드라마가 더 탄탄하고 영화의 톤앤매너가 ‘조선명탐정’이라는 장르를 한 꺼풀 벗긴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게 조선명탐정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는 그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장르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영화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김명민은 여느 때처럼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조선명탐정’이 우리만의 특화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1, 2편을 보신 분들은 ‘조선명탐정’의 기대치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서필의 분량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실 수 있으나 저는 도리어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감동 코드가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져요. 1, 2편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다른 드라마적 구성을 가지고 가는 거죠. 앞으로 4편이 만들어진다면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명민의 자신감처럼 ‘조선명탐정3’는 전편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가득하다.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비롯해 허술한 드라마적 구조, 외모 비하 개그 등을 덜어내려 애쓴 것이다.

“‘조선명탐정’ 1편은 코미디를 많이 신경 썼어요. 사실 1편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 했었거든요. 코미디도 잘 쌓아가다가 터트리는 게 아니라 느닷없이 유머를 쏟아내는 방식이었죠. 2편은 원작이 없어서 드라마, 코미디의 연결성이 부족했다고 봐요. 그런 점들을 보완해 3편은 한결 더 자연스럽고 깊은 드라마를 자랑하죠. 탄탄해졌다고 자신하는 건 그런 뜻이에요. 장단점이 조금씩 있기 마련이죠.”

김명민은 누구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8년간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이어오며 작품에 대한 톤앤매너, 연기 등에 대한 고민과 갈망을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제공]


“1편은 ‘간 보는 연기’를 펼쳤다면, 2편은 ‘내려놓는 연기’, 3편은 ‘완전히 내려놓고 다 토해내는 연기’를 했죠.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김명민과 김민의 틈을 서서히 벌리기 시작해, 이제는 완전히 분리하게 되었다는 말이에요. 진중하고 까칠한 이미지를 가진 제가 갑자기 슬랩스틱 코미디를 한다면 관객들이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에 대한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 거죠. 최대한 김민처럼 연기하되 거부감을 줄이는 것! 그게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서서히 시간이 흘렀고 관객들은 김민을 학습하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김명민이 분리된 거예요. 이제는 마음 놓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김민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1편에서 구축된 김민의 이미지를 이어가면서도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열어두는 것이다. ‘조선명탐정3’는 김민이 또 다른 이야기를 펼칠 가능성을 보여준 회이기도 했다.

“이번 편은 김민의 과거가 담겼고 또 신변에 변화가 생겼어요. 3편이 성공한다는 가정에 따라 ‘4~5편으로 간다면 프리퀄이 나오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려면 이번 편에 나오는 김민의 변화는 필수적 장치라고 봐요.”

김민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묘령의 여인 월영의 덕이 컸다. 김명민은 월영의 존재 그리고 김지원의 활약에 큰 만족을 보이며 애정 어린 칭찬을 쏟아냈다.

“(김)지원이와 호흡은 너무 좋았어요. 사실 지원이 입장에서 완벽하게 판이 짜인 현장에 덩그러니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몰입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하하하. 시나리오 속 월영보다 열배 이상 표현을 잘 해줬다고 생각해요.”

영화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제공]


월영의 존재가 커진 만큼, 서필의 비중 또한 줄어든 것이 사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었다.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전작을 좋아하는 팬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 하지만 전편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톤앤매너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참신하게 볼 수도 있고, 오히려 이번 편이 ‘조선명탐정’의 색깔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영화의 초반과 후반이 다른 톤앤매너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분량이 줄어서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반대인 관객들도 있을 거로 생각해요.”

김명민은 영원한 짝꿍, 서필 역의 오달수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호흡은 더할 나위 없다”며 “리허설을 할 필요도 없다”고 자신했다.

“달수 형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우리가 뭘 할지 알아요. 리허설할 필요도 없죠. 우리가 현장에서 하는 얘기라고는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 ‘막걸리 안주는 뭐가 좋을까?’ 밖에 없어요. 달수 형부터 스태프들까지 얼마나 찰떡 호흡이냐면 우리는 카메라 4대를 한꺼번에 돌리거든요? 동선이 안 맞으면 카메라에 스태프들이 몽땅 찍히는데 달수 형이나 스태프들은 호흡이 척척 맞아서 한 번에 이동하고, 촬영해요. 자신만의 사인이 있는 거죠. 이런 게 8년이라는 호흡을 실감할 수 있게 해요.”

영화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제공]


8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조선 명탐정’ 시리즈. 김명민은 앞으로도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명탐정’은 관객들과 세월을 함께하는 작품이에요. 개인적인 바람이 아니라 이런 영화는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성룡 영화 세대였는데 항상 ‘이게 한국영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1편 때 대학생이었던 관객이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볼 수 있는 시리즈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영화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 아니라 모두의 바람이 되길 바라요.”

관객과 ‘시간’을 공유하는 영화. 그러면서도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우리만 원해서는 안 된다”며 못 박았다.

“우리만의 잔치가 되는 건 안 돼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가는 힘은 3편이 끝이라고 봐요. 그 이후 작품부터는 모두가 필요하고, 원해서 만들어야 하죠. ‘설날은 조선명탐정’이라고 뇌리에 박혀서 4편이 안 나오면 허전하고 ‘왜 안 나오지?’ 궁금해야 해요. 그래서 마지못해 ‘아, 4편 가자!’고 해야지. 하하하. 우리 밥그릇을 위해서 시리즈를 이어가는 건 아무 소용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