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최리 "나라는 사람 없었으면…캐릭터로 남고파"
2018-01-25 07:00
“캐릭터에 따라 얼굴까지 변하는” 탓에 관객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기분 좋았다는 당찬 신인 배우. “최리라는 사람이 아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그는 “언제나 캐릭터로 남고자” 치열하게 배역에 몰입하고, 연기해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역시 마찬가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 최리는 진태와 조하가 세 들어 사는 주인집의 딸 수정 역을 맡았다. 수정은 유일하게 진태를 편견 없이 대해주는 친구이자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은경과 경미, 유리와는 또 다른 표정을 가진 인물이다.
최근 아주경제는 배우 최리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망설임 없이 또박또박 이야기를 건네는 얼굴을 보며 더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상상할 수 있었다.
다음은 최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영화 개봉 후 분위기가 좋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기쁘다. 수정이가 가진 매력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귀향’ 당시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여성 팬분들이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그것만이 내 세상’은 남성 팬분들이 응원 메시지를 전해주신다. 그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하하.
영화 ‘그것만의 내 세상’과 수정이의 첫인상은 어땠나?
-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굉장히 따듯했다. 힐링 되는 느낌? 모든 인물이 결핍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만나며 치유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수정이 같은 경우는 미친 듯 매력적이라고 할까? 귀엽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당당함이 제 마음에 쏙 들어왔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합류 과정도 치열했을 것 같다. 오디션 당시는 어땠나?
- 오디션을 권유받고 1차, 2차, 3차를 봤다. 1차, 2차는 감독님만 뵈었고 3차는 이병헌· 박정민 선배님을 비롯해 10명도 넘는 분들을 만났다. 3차 오디션이 어찌나 긴장되던지. 심장이 마구 뛰더라. 하지만 긴장 안 한 척했었다.
오디션에서 어떤 연기를 했나?
- 따로 준비하라는 소리는 없었는데 1차 오디션 때 교복을 입고 갔었다. 감독님이 즉석에서 춤을 시켰는데 ‘아이돌 그룹의 춤을 잘 추지 못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무반주에 댄스를 펼쳤던 기억이 난다. 물론 2차에서도. 많은 분 앞에서 오디션을 보려니 너무 긴장돼 ‘저 사람들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계속 주문을 외웠다. 집에 와서는 위경련이 일어났지만…. 하하하.
무용을 오래 했는데 ‘춤을 못 추는’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 어렵지 않았다. 춤을 잘 못 추는 것 같다. 하하하! 방송 댄스랑 다르더라. 어릴 때 댄스 동아리를 했었는데 그때도 ‘춤을 어설프게 춘다’고 지적받았었다. 당시에는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도움이 될 줄이야.
영화에는 춤추는 장면이 없던데?
- 아쉽게 편집이 됐다. 방안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선보인 막춤을 격렬하게 췄는데 편집되었더라. 아쉽긴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최리가 생각한 수정이는 어떤 아이인가?
- 수정이는 아마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거다. 엄마한테 틱틱거리지만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인 것 같다. 진태 오빠와도 유치원 때부터 함께하지 않았을까? 함께 짜파게티도 먹고 오락도 하면서 추억을 쌓아나간 것 같고.
진태와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유일하게 편견 없이 진태를 대하는 인물이니까
- 저 역시도 ‘편견’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관객들 역시 편견이 없었으면 하고 바랐다. 서번트증후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진태를) 똑같이 대했고. 그러면서 자신이 진태를 생각하는 만큼, 진태도 자기를 크게 생각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약속도 진심으로 믿는 아이다.
박정민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제가 현장 경험이 없다 보니 정민 오빠에게 많이 여쭤봤다. 친절하게 많이 알려주셨다. 가끔 힘든 거 없냐고 물어봐 주기도 하고. 제가 NG를 많이 내도 화 한 번 안 내시고 ‘그럴 수 있어’하고 다독여주셨다.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고 그냥 툭 던져주시는 게 제겐 엄청난 영감을 주기도 했다. 오빠 덕분에 모든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윤여정과 부딪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 멋있으시다. NG가 나면 ‘죄송합니다!’라고 외쳤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해’ 하고 힘을 주셨다. 먼저 연기를 맞춰보자고 할 수 없으니까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먼저 ‘해볼까?’하고 말도 걸어주시고. 너무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 있으시지 않나.
대선배들 사이에서 마인드컨트롤 하기가 어려웠겠다
- 솔직히 떨렸다.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은 어렵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도 컸다. 다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선배님들이 아닌 조하오빠, 인숙 아줌마, 진태 오빠라고 주문을 외웠다. 연기할 때는 선배님들로 안 보였다. 물론 카메라가 꺼지면 미치겠더라. 하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현장이었겠다
- 정말 그랬다. 보기만 해도, 숨만 쉬어도 배움이 있는 현장이었다. 장면마다 감탄했다.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집에 와서도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마구 춤을 췄다. 하하하. 현장에서 본 걸 잊지 않으려고 일지를 썼다. 계속 기억하고 싶다. 힘들거나 속상할 때면 그 현장을 많이 생각한다.
‘귀향’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캐릭터들이 공통점이 없어 보였다. 각양각색 색깔을 가졌는데 배우의 입장에서 캐릭터를 돌아보자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통통 튀거나 센 캐릭터들이었던 것 같다. 아주 평범한 캐릭터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공통점이 생길까 봐 염려하고 또 분석하고 있다. ‘도깨비’ 경미와 ‘그것만이 내 세상’ 수정이도 말을 툭툭 던지는 게 비슷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방식이나 표현을 달리하려고 했다. 경미는 얌체처럼, 수정이는 사랑스럽게 표현해 캐릭터들이 겹치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했다. 고등학생 때 ‘귀향’ 감독님께서 학교를 방문, 시나리오를 주셨다. 하지만 당시에는 안 하겠다고 했었다. 입시도 준비하고 있었고 무용만 해왔기 때문에 연기를 한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6개월을 기다려주셨고 대학에 합격한 뒤(중앙대 한국무용학과에 합격했다)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귀향’을 보니 연기가 너무 하고 싶더라.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연기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또 단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 부끄러울 때도 있고 걱정도 된다. 부족함도 많이 느낀다. 그래도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다른 점들이 보인다고 하셨다. 이병헌 선배님께서도 오디션에 붙었을 때 ‘캐릭터 해석이 조금 달라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데 조금씩 작품을 접하면서 저만의 해석과 노력이 생기는 것 같고 또 오디션에서 뽑아주시는 분들 덕에 믿음이 생기고 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전공자가 아니라도 실력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 작품, 캐릭터마다 얼굴도 바뀌는 것 같다.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못 알아보기도 하는데
-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하하하.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저라는 배우를 기억해주실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예 최리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그게 꿈이다.
올해 영화 ‘순이’도 개봉할 텐데
- ‘순이’에서 신주 역을 맡았다. 신주는 지난 캐릭터와는 또 완전 다른 인물이다. 아마 이 작품에서도 저를 못 알아보시지 않을까?
다음 인터뷰까지 약속 하나를 하자면?
- 멜로 작품, 청순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아, 그런데 다음 작품은 ‘순이’가 될 텐데. 하하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변수정 역을 열연한 배우 최리가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니콘 키미션 360 카메라로 촬영 후 영상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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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준비하라는 소리는 없었는데 1차 오디션 때 교복을 입고 갔었다. 감독님이 즉석에서 춤을 시켰는데 ‘아이돌 그룹의 춤을 잘 추지 못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무반주에 댄스를 펼쳤던 기억이 난다. 물론 2차에서도. 많은 분 앞에서 오디션을 보려니 너무 긴장돼 ‘저 사람들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계속 주문을 외웠다. 집에 와서는 위경련이 일어났지만…. 하하하.
무용을 오래 했는데 ‘춤을 못 추는’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 어렵지 않았다. 춤을 잘 못 추는 것 같다. 하하하! 방송 댄스랑 다르더라. 어릴 때 댄스 동아리를 했었는데 그때도 ‘춤을 어설프게 춘다’고 지적받았었다. 당시에는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도움이 될 줄이야.
영화에는 춤추는 장면이 없던데?
- 아쉽게 편집이 됐다. 방안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선보인 막춤을 격렬하게 췄는데 편집되었더라. 아쉽긴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최리가 생각한 수정이는 어떤 아이인가?
- 수정이는 아마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거다. 엄마한테 틱틱거리지만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인 것 같다. 진태 오빠와도 유치원 때부터 함께하지 않았을까? 함께 짜파게티도 먹고 오락도 하면서 추억을 쌓아나간 것 같고.
진태와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유일하게 편견 없이 진태를 대하는 인물이니까
- 저 역시도 ‘편견’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관객들 역시 편견이 없었으면 하고 바랐다. 서번트증후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진태를) 똑같이 대했고. 그러면서 자신이 진태를 생각하는 만큼, 진태도 자기를 크게 생각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약속도 진심으로 믿는 아이다.
박정민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제가 현장 경험이 없다 보니 정민 오빠에게 많이 여쭤봤다. 친절하게 많이 알려주셨다. 가끔 힘든 거 없냐고 물어봐 주기도 하고. 제가 NG를 많이 내도 화 한 번 안 내시고 ‘그럴 수 있어’하고 다독여주셨다.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고 그냥 툭 던져주시는 게 제겐 엄청난 영감을 주기도 했다. 오빠 덕분에 모든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윤여정과 부딪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 멋있으시다. NG가 나면 ‘죄송합니다!’라고 외쳤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해’ 하고 힘을 주셨다. 먼저 연기를 맞춰보자고 할 수 없으니까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먼저 ‘해볼까?’하고 말도 걸어주시고. 너무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 있으시지 않나.
대선배들 사이에서 마인드컨트롤 하기가 어려웠겠다
- 솔직히 떨렸다.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은 어렵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도 컸다. 다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선배님들이 아닌 조하오빠, 인숙 아줌마, 진태 오빠라고 주문을 외웠다. 연기할 때는 선배님들로 안 보였다. 물론 카메라가 꺼지면 미치겠더라. 하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현장이었겠다
- 정말 그랬다. 보기만 해도, 숨만 쉬어도 배움이 있는 현장이었다. 장면마다 감탄했다.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집에 와서도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마구 춤을 췄다. 하하하. 현장에서 본 걸 잊지 않으려고 일지를 썼다. 계속 기억하고 싶다. 힘들거나 속상할 때면 그 현장을 많이 생각한다.
‘귀향’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캐릭터들이 공통점이 없어 보였다. 각양각색 색깔을 가졌는데 배우의 입장에서 캐릭터를 돌아보자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통통 튀거나 센 캐릭터들이었던 것 같다. 아주 평범한 캐릭터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공통점이 생길까 봐 염려하고 또 분석하고 있다. ‘도깨비’ 경미와 ‘그것만이 내 세상’ 수정이도 말을 툭툭 던지는 게 비슷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방식이나 표현을 달리하려고 했다. 경미는 얌체처럼, 수정이는 사랑스럽게 표현해 캐릭터들이 겹치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했다. 고등학생 때 ‘귀향’ 감독님께서 학교를 방문, 시나리오를 주셨다. 하지만 당시에는 안 하겠다고 했었다. 입시도 준비하고 있었고 무용만 해왔기 때문에 연기를 한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6개월을 기다려주셨고 대학에 합격한 뒤(중앙대 한국무용학과에 합격했다)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귀향’을 보니 연기가 너무 하고 싶더라.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연기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또 단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 부끄러울 때도 있고 걱정도 된다. 부족함도 많이 느낀다. 그래도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다른 점들이 보인다고 하셨다. 이병헌 선배님께서도 오디션에 붙었을 때 ‘캐릭터 해석이 조금 달라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데 조금씩 작품을 접하면서 저만의 해석과 노력이 생기는 것 같고 또 오디션에서 뽑아주시는 분들 덕에 믿음이 생기고 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전공자가 아니라도 실력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 작품, 캐릭터마다 얼굴도 바뀌는 것 같다.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못 알아보기도 하는데
-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하하하.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저라는 배우를 기억해주실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예 최리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그게 꿈이다.
올해 영화 ‘순이’도 개봉할 텐데
- ‘순이’에서 신주 역을 맡았다. 신주는 지난 캐릭터와는 또 완전 다른 인물이다. 아마 이 작품에서도 저를 못 알아보시지 않을까?
다음 인터뷰까지 약속 하나를 하자면?
- 멜로 작품, 청순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아, 그런데 다음 작품은 ‘순이’가 될 텐데. 하하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변수정 역을 열연한 배우 최리가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니콘 키미션 360 카메라로 촬영 후 영상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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