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完生)의 경제협력 위해 한중 첫 발 내딛다

2018-02-04 14:16
김동연 부총리, 자기만 잘되는 미생이 아닌, 함께 살 수 있는 완생 강조
신북방・신남방-일대일로, 제3국 공동진출 등 5대 의제 및 관련 협력 합의돼
금한령 이후 수준 다소 부정적이지만 정치·외교적 변화에 흔들림없는 경협관계 구축요구
김동연 부총리 강조한 완생, 상호 불가분의 경제협력 역할 구축에서 찾아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북경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 '한국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미생(未生)의 길이 아닌, 완생(完生)을 길을 걷자고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강연에서 "한국이나 중국만 잘되는 것은 미생(未生)의 길인 반면, 양국이 함께 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게 완생(完生)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양국이 경제장관회의 이후부터는 상호 경제협력 과정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2일 중국 북경에서 김동연 부총리, 허리펑(何立峰) 발개위 주임 등 양국 경제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5차 한중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양국은 △신북방・신남방-일대일로, 제3국 공동진출 △거시경제 협력 : 양국 간 정책 대화와 협력 강화 △산업・투자 협력 강화 △동북3성・농촌진흥・지방협력 : 지방자치단체-지방성(省) 간 협력 강화 △정부간 교류・협력 채널 회복 등 5대 의제를 합의했다.
 
제15차 한중 경제장관회의 합의 사항[그래픽=이경태 기자]

양국은 향후 신북방・신남방 일대일로 연계・협력 MOU 개정, 민관합동 정책연구, 제3국 공동진출 프로젝트 발굴 등 후속조치를 면밀히 이행키로 했다.

경제기술교류협의회를 적절한 시기에 열어 양국 기업 간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양국 간 산업・투자 분야의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차기 한중경제장관회의를 내년 중 우리나라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한중경제장관회의는 1년 9개월만에 경제협력 채널이 복원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사드로 냉각된 한중관계가 풀리면서 즉각적인 경제협력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평창올림픽과 춘절에 맞춰 중국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수 있을 지에 시선이 모인다. 다만, 중국의 금한령 이전 수준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 수요가 회복될 것에 대해 관광·유통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더구나 이번 한중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제3국 공동진출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협력보다는 제3국의 프로젝트 발주 시 이에 맞춘 기술+자본 협력 팀을 구성하는 순서여서 현재로서는 경제협력이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연계, 우리나라의 신남방·신북방 정책 추진 및 상호 협력에 대한 합의는 긍정적이지만 실익을 거둬들이는 데 상당한 제한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만성화된 북핵 리스크가 한중 경제협력 체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여지도 해소되지 않았다.

한반도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 3강의 역학관계 속에서 한중 경제협력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흘려들을 수 없는 처지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정치적·외교적 변수에 따라 경제협력 패턴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좋은 면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이제는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이 된 중국의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이번 경제협력 자체적으로는 양국이 경제 외연을 넓히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추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정치·외교적 문제가 있더라도 양국의 경제와 시장이 상호 성장해나가는 데 불가분의 경제구도를 만들어가는 게 완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