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출마 위해 떠나는 박수현 대변인 "청와대 떠나면 가장 보고 싶을 사람은…"

2018-02-02 13:17
야당의 '쇼통' 지적에 "그게 쇼통이면 얼마든지 해야" "적폐청산은 정치보복 아냐…청산 못 하면 미래 없어"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웃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문재인 정부가 이미지 정치를 뜻하는 이른바 '쇼통'에만 치우쳐 있다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에 "그것을 쇼통이라 한다면 얼마든지 더 할 각오가 돼 있다"고 일갈했다.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이날부로 9개월 가까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첫 대변인 생활을 마감하는 박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원내대표의 쇼통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서 말씀하셨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는 무능 말고 보여준 것이 없다"며 "말과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 정치, 이미지 정치는 필요 없다. 이미지 '쇼통'만 하지 말고 국정운영에 진정성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메시지는 글과 말 속에 있을 수 있지만, 일정을 통해 그의 발걸음이 어디를 가느냐에도 메시지가 있다"며 "대통령이 낮고 소외된 곳과 사건·사고가 많은 곳을 가는 것은 당연히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손을 잡고 함께 다시 잘해보자는 호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쇼통이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는 얼마든지 더 할 각오가 돼 있고, 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도 과거 노동운동을 통해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의 대변자 아니었나. 진심 어린 쇼통을 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와 가상화폐 대책을 둘러싼 정부 혼선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 박 대변인은 "저희에겐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20∼30대 또 세대별·계층별 정책이 얼마나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반성한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오히려 국민에게 더 행복한 정책을 펼치면 지지율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에만 매달린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역사는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증명하고 있다"며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덮고 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해결해야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적폐청산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5일 충남지사 출마선언을 하는 그는 친분이 두터운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안심'(安心)과 관련, "당내 훌륭한 경쟁자들도 계시기 때문에 안 지사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마음은 저를 보실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안 지사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굳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보다 국민과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비전과 역량을 갖춰나가는 데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청하되 결단이 빠르고 실용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를 막상 떠나면 누가 제일 보고 싶을 것 같나”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두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첫 번째는 대통령님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분은 당연히 기자님들”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님들과 정도 들었고. 내일부터 아마 아침에 (기자들의) 전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것 같다”며 “굉장히 우리 기자님들, 언론과 정도 많이 들었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청와대 명찰 떼고 내일부터 자연인으로 돌아가신다. 시원한가, 섭섭한가”라는 질문에는 “아빠 좋아, 엄마 좋아? 이런 질문 같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며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 말씀을 드리면 청와대 대변인이 워낙 격무이기 때문에 섭섭하기보다는 시원한 느낌 이것이 더 강하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사람들이) 저를 ‘일벌레 수현 씨’라고 불러주시는데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일을) 많이 시키냐 이렇게 (생각) 하실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 대변인은 기자들을 상대로 일을 하기 때문에. 기자님들이 그렇게 제게 일을 많이 시키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새벽 5시 반부터 제가 회의에 들어가는 7시 반까지 2시간 동안 대변인이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님들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데 보니까 평균 한 50통 정도를 아침에, 그 시간에 일단 받아야 된다”고 부연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근무하셨나. 퇴근하고 나서도 일하셨나”라는 말에는 “그런 얘기를 많이 물어보는데 ‘24시간 중에 20시간을 근무하는 게 대변인이다’ 이렇게 답변을 하곤 한다”라며 “설사 숙소, 집에 들어가 있어도 기자님들 전화는 항상 오기 때문에 그 정도로 일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첫 대변인으로 보낸 8개월 동안 가장 긴장했던 순간’에 대해선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그로 인한 우리나라를 둘러싼 어떤 외교 문제,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긴박하고 손에 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초겨울까지 여름양복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고 조국 민정수석이 ‘금일봉’을 건네준 일화도 공개했다.

박 대변인은 “조국 수석이 평소에 들고 다니는 수첩을 저한테 주시면서 열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첩을 열어보니 거기에 봉투가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 금일봉이 있었고 조국 수석은 저에게 여름 양복이 웬 말이냐 그러면서 이걸로 별 건 아니지만 어쨌든 양복 한 벌을 꼭 사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박 대변인은 순간 고마움과 서러움이 함께 밀려들어 왈칵 눈물을 쏟았고, 이를 보던 조 수석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