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선거 앞으로~” 청와대 참모들 출마 러시

2018-01-28 16:10
靑참모 10여명 지방선거 출마 '채비'…광역출마자 내달초 사직ㆍ박수현·문대림·오중기, 충남·제주·경북지사 출마
백두현·유행렬·김병내·채현일·박영순·김기홍·강성권 행정관 도전 유력

[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 러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적폐 청산과 복지 강화 등의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해온 문재인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지방선거에 잇달아 도전장을 던진 것은 지방분권을 위한 지방권력 교체뿐 아니라 선거 승패에 향후 문재인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인 촛불개혁 과제를 실현하고, 문재인정부 2년차 국정동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드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압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의 얼굴이자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해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적어도 2~3명의 청와대 참모진이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행정관과 비서관은 1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참모들은 1월 말까지,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참모들은 2월 말까지 사퇴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사퇴 시한은 오는 3월15일이다. 하지만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자는 2월13일부터,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자는 3월2일부터 예비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어 이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은 지방선거 출마를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사퇴했다. 전주·임실 등 전북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남지사에 도전장을 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박수현-충남지사, 문대림-제주지사, 오중기-경북지사 출마 준비

광역단체장 출마자의 경우 충남지사에 도전장을 내민 박 대변인을 비롯해 문대림 사회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제주지사),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경북지사) 등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22일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사퇴 절차를 밟아 다음달 첫째주쯤 사표가 수리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가장 역동적인 역사를 지켜보고 기록하고 국민께 전한 영광의 순간이었다”면서 “조국과 국민에 대한 남다른 태도를 가다듬은 이 시간을 늘 기억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대변인은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하고 기자들의 전화취재에 성실히 응대한다. 하루 3~4차례 언론 브리핑(서면브리핑 포함)을 할 정도로 언론 친화력이 좋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 중의 참모다. 매일 아침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현안보고’에 참석하고, 대통령의 내·외부 행사는 물론 해외순방까지 동행하며 문 대통령의 메시지, 일거수일투족, 분위기까지 꼼꼼히 챙긴다. 끈기와 성실, 겸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인간미 넘치는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과 예의를 갖춘 소통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 공주 출신인 박 대변인은 19대 국회의원과 충남도위원장을 지냈고, 19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대변인, 대표 비서실장을 거치며 여의도 '마당발'로 활약했다.

박 대변인의 충남 지사 출마설은 지난 해 가을부터 정가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박 대변인 역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휴일에는 지역에 내려가 지역민들과 만났다.

그러던 중 안희정 충남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안 지사의 최측근이자 동지인 박 대변인의 출마는 확정됐다. 박 대변인의 선거캠프는 권재홍 새시대정책연구소장이 맡는다. 과거 박 대변인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권 소장은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을 거쳤고, 2012년 총선에선 대전 중구에 출마한 경험도 있다.

현재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로 박 대변인 외에 양승조 의원, 복기왕 아산시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의당에서는 김용필 충남도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충남지사를 지낸 이완구 전 총리, 6선의 이인제 전 의원, 이명수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문대림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사진=인터넷]

문대림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은 제주지사에 도전한다. 사퇴 시점은 이달말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서귀포 출신인 문 비서관은 대정고를 졸업했고 제주대학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제8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환경도시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 제9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문 비서관은 지난 해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대위에서 활동했으며 문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비서관은 최근 제주시 노형동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출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 비서관을 돕기 위해 오옥만 전 도의원과 강신보씨 등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군은 문 비서관을 비롯해 김우남 도당위원장과 강기탁 변호사,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 등이다.


기초단체장 출마를 놓고 자천 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청와대 직원은 7명 안팎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도 현재 사의를 표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박영순 제도개선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대전 대덕구청장이나 대전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분권비서관실의 백두현 선임행정관은 경남 고성군수,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유행열 자치분권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각각 춘천시장과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채현일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서울 영등포구청장 출마 의사를 굳혔고, 김기홍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인천 남동구청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을 할 당시 보좌관이었던 강성권 정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사상구청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관측된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친문’ 인사 주목···김경수-경남지사, 전해철-경기지사, 김영춘-부산시장

이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범 초기 한걸음 뒤로 물러났던 '문재인의 사람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전면에 재부상할지 주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은 경남 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전해철 의원은 경기 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경수 의원은 최근 경남 지역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남지사 적합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갈상돈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도 지난 24일 경남 진주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초대 장관들의 지방선거 차출도 관심사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에 도전하면 당의 부산시장 도전도 주목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혀온 김영춘 장관이​ 결국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들고, 이번에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입각을 전제로 출마를 포기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부산 시장에 출마할 경우 김경수 의원과 PK 쌍두마차로 선거 판세를 뒤흔들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양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정말 큰 변화다. 김해와 양산 등 경남 동부 쪽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PK는 단순한 승부처 이상 의미를 갖는다. PK는 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민주당은 2016년 4·13 총선에서 8명의 당선자를 내며 PK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번에 지방권력을 교체한 뒤 2020년 총선에서 우위를 굳힌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민주당에 PK 지방선거 승리는 곧 전체 지방선거 승리이자 3당 합당 이전 구도의 복원, 2020년 총선 승리의 발판 마련, 노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의 성취라는 ‘1석4조’인 셈이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차출론’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무게 때문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거듭 불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올 들어 대구지역 언론사들이 앞 다퉈 내놓은 차기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 장관은 현역인 권영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벌렸다.

김 장관은 이달 초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구시장 출마의사를 재차 묻는 질문에 “(대구에 민주당의) 50대 괜찮은 카드들이 이미 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당에서 (나에 대한) 출마 압력이 세다 해도 장관 사표 수리는 대통령과 총리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뒤집어보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구라는 지역 특성상 선뜻 출마를 결심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김 장관(40.3%)은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권 시장(56.0%)에게 16만284표차로 패했다. 보수여당의 텃밭 대구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리나 다름없는 선전이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자유한국당에선 텃밭인 TK(대구·경북) 사수를 위해 후보 등록 시일 막판까지 김 장관의 행보를 확인한 뒤, 최종 후보를 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장관이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대구를 진앙으로 하는 민주당의 동진 정책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지사에는 오중기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나서서 힘을 싣고,  포항시장에는 허대만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허 보좌관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보좌역으로 공직에 더 머물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포항시장 선거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