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트코인 5억원' 몰수…가상화폐 가치 인정?

2018-01-30 20:42
가상화폐를 몰수 대상으로 판결

 
법원이 범죄에 이용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몰수 대상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법부가 가상화폐를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과 주식 등 실체가 있는 재산에 한정됐던 몰수 대상이 가상화폐로까지 확대되면서 가상화폐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8부는 30일 오전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모씨(34)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몰수 및 추징에 대해선 원심을 파기하고, 191비트코인 몰수와 추징금 6억958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존재하지만, 거래소를 통한 환전이 가능하고 가맹점을 통해 재화와 용역을 구입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게임머니'가 옛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판례에 비춰보면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압수된 비트코인을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부당이득 중 14억원가량은 현금으로, 나머지 5억원가량(지난해 4월 17일 기준가)은 216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현금과 비트코인에 대해 각각 추징과 몰수를 구형했다.

앞서 1심은 안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1심은 "검사가 몰수를 구형한 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 특정하기 어렵고,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화폐가 몰수돼 국고에 귀속되면 이를 다시 자산화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