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박항서’...베트남 총리도 5시간 기다린 ‘특별한 축구’
2018-01-30 17:02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5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환하게 웃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겸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이 보여준 축구는 그만큼 특별했다. 축구공 하나로 베트남은 하나가 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28일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 환영 속에 귀국했다. 베트남 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국가 최초의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우승까지는 한 걸음이 모자랐다. 폭설 속에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졌지만, 베트남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 있는 플레이는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베트남 대표팀이 대회 결승전이 열린 중국 창저우에서 특별기를 타고 출발해 베트남 수도 외곽에 있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공항은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 감독과 선수들은 지붕이 개방된 2층짜리 버스를 타고 하노이 시내까지 퍼레이드를 하며 팬들에게 성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카 퍼레이드가 펼쳐진 30㎞의 도로변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나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흔들며 대표팀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환영 인파가 당초 예상보다 워낙 많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총리가 장시간 기다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특별한 일이기도 하다. 아마 처음 겪어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이 그저 기뻤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뿐만 아니라 대표 선수들 나아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
지난 10월 11일 베트남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정상, 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를 단기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체격은 타고 난 것이었지만 체력은 기를 수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의 식단부터 바꿨다. 근육량, 심폐 지구력, 근지구력 등도 과학적으로 측정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에 베트남 선수들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이뤄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수석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은 현재 2002년의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킨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고마워요! 히딩크” “깜언(고마워요)! 박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