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평가, 등급제서 점수제로

2018-01-30 19:00
1000점 만점 세분화 불합리 없애
세금납부실적·통신요금 등 반영

정부가 개인신용평가에 등급을 매기던 방식을 없애고 1000점을 만점으로 한 점수제를 도입한다.

사회 초년생이나 은퇴자, 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의 신용평가는 세금, 보험료, 통신요금 납부 실적 등 비금융정보를 적극 반영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많은 청년이 금융 이용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IT 전당포' 등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린다"며 "개인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해 더 많은 청년을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현행 1∼10등급의 등급제를 미국과 독일처럼 점수제로 전환한다. 기존 신용평가 방식은 최대 1000만명이 한 등급에 묶여 차별성이 없고, 평가 방식도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점수제로 전환되면 약 240만명이 기존의 등급제보다 대출금리에서 연 1%p 정도의 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신용점수 664점인 사람은 7등급(600∼664점)에 해당되지만, 점수제로 바뀌면 기존의 6등급과 비슷하게 간주 돼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을 받기가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사회 초년생이나 은퇴자, 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신용평가 방식도 개선했다. 현재 신용정보사(CB)에 등록된 4515만명 중 1107만명은 '금융 이력 부족자'로 대부분 4∼6등급에 해당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금, 사회보험료, 통신요금 납부 실적에 더해 민간보험료 납부 실적이나 체크카드 실적, 온라인 쇼핑몰 거래 실적까지 고려해 금융이력 부족자의 신용도를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또 은행과 상호금융, 보험, 캐피탈,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 등 '업권'을 중심으로 매겨지던 신용평가는 각 대출의 '금리'를 중심으로 매겨진다. 현재는 캐피탈·카드사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각각 평균 0.88등급, 1.61등급이 떨어지지만 금리 중심의 신용평가가 이뤄지면 중금리 대출자 41만명의 신용점수가 오르고, 이 가운데 21만명은 등급 자체가 상향된다.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는 연체 기록은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기록을 1년으로 줄이면 116만5000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단기연체를 반복하는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최근 5년간 2건 이상 연체 이력이 있으면 현행대로 3년간 남겨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부 발표에 은행권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신용평가 점수제가 6~7등급의 경계를 완만하게 만들더라도 은행에서 담보가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세금 납부 내역이나 체크카드 실적 등을 살펴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며 "대출을 받기 위해 고객들이 제시하는 자료의 범위가 넓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