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㉚] 언제까지 ‘한한령 해제’만 기다릴건가…‘싼커’를 공략하라
2018-01-31 13:58
차이나리스크 관리 지혜 필요할 때…올해 한·중 문화교류 전망
중국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구애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 문화산업의 중국 진출 얘기다.
요즘 중국의 태도는 마치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말을 ‘문자 그대로’ 실행하는 듯 보일 정도다.
지난해 10월 두 나라 외교부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하면서 한·중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돼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문화 교류는 여전히 되살아나고 있지 않다. 우리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유커(遊客)의 귀환’과 ‘한한령(限韓令) 해제’가 그것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언제 들어올 것인지, 한한령은 언제 풀릴 것인지가 한·중 문화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두 가지 문제 전부 중국이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만 바라봐야 하는 우리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도 없지 않다. 올해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017년 중국인 입국자 수는 약 417만명이었다. 전년 대비 48% 정도가 줄어든 수치다. ‘1000만 유커’ 구호는 머쓱해지고 말았다.
지난해 3월부터 대폭 감소하기 시작한 월별 중국인 입국자 수는 30만명 선에 머무르고 있다. 한·중 관계 정상화 선언을 전후해 ‘유커의 귀환’은 한껏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중국 국가관광국(國家旅遊局)은 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 등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 관광 해제 조치를 취하는 듯하더니 지난해 12월 중순 돌연 이를 재금지했다.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춘제(春節·음력설)를 계기로 유커가 돌아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유커가 언제 돌아올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유의할 만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객을 금지한 뒤로 한국과 중국 사이의 관광객 출입국자수가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06만명,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76만명으로 1.7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 수치는 2013년에 역전되기 시작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숫자가 4년 연속 더 많았다. 2013년에는 35만명, 2014년 194만5000명, 2015년 154만명까지 그 폭이 늘어났다.
중국 입장에서는 단체 관광객을 금지함으로써 한·중 간 관광 무역 적자의 폭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굳이 유커의 한국 방문을 장려할 이유가 없게 됐다. 중국이 보기에는 지금이 양국 간 관광 무역 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한령 해제 문제도 마찬가지 논리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콘텐츠 무역 역시 격차가 크다. 2015년 기준,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4억5000만 달러(약 1조5421억원), 수입액은 1억7000만 달러 수준이다.
단순 격차만 보더라도 13억 달러에 육박한다. 출판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전 영역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음악콘텐츠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수입의 695배에 이를 정도고, 애니메이션은 180배에 달한다.
점점 벌어지는 한·중 간 문화무역의 격차는 중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무역역조(貿易逆調·한 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임이 분명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이런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사드에 따른 문화산업 영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자국 문화의 해외 진출이라는 이데올로기 요인을 넘어서 무역의 균형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언제 풀릴지도 모를 중국의 해금 조치만 기다릴 수는 없다. 차제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구조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 관광보다는 싼커(散客·개별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골목골목 싼커들이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중국어로 개발하고 혼자서도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홍보해야 한다. 싼커들이 좋아하는 한류콘텐츠를 융합하는 프로그램도 좋은 출구가 될 수 있다. 스타나 영화, TV드라마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한령은 공식적으로 발령된 적이 없다. 따라서 공식적인 해제 조치도 없을 것이다. 한한령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험을 토대로 차이나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현지 진출에 있어서는 소규모 도시들의 특성에 맞는 한류콘텐츠로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도시에서의 대규모 공연이나 이벤트보다는 지역으로 파고드는 작은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지역에 대한 공략에도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 지역들은 중국 문화와 현지 문화가 섞여 있어 독자적 특성을 가지면서도 나중에라도 중국 진출을 위한 우회 루트로서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올해 수교 26주년이 됐다. 이제 새로운 사반세기를 맞는 시점이다. 건강한 한·중 교류는 단지 ‘선한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도 명분만 따질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논리 이면에 숨겨진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 판단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요즘 중국의 태도는 마치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말을 ‘문자 그대로’ 실행하는 듯 보일 정도다.
지난해 10월 두 나라 외교부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하면서 한·중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돼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문화 교류는 여전히 되살아나고 있지 않다. 우리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유커(遊客)의 귀환’과 ‘한한령(限韓令) 해제’가 그것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언제 들어올 것인지, 한한령은 언제 풀릴 것인지가 한·중 문화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두 가지 문제 전부 중국이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만 바라봐야 하는 우리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도 없지 않다. 올해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017년 중국인 입국자 수는 약 417만명이었다. 전년 대비 48% 정도가 줄어든 수치다. ‘1000만 유커’ 구호는 머쓱해지고 말았다.
지난해 3월부터 대폭 감소하기 시작한 월별 중국인 입국자 수는 30만명 선에 머무르고 있다. 한·중 관계 정상화 선언을 전후해 ‘유커의 귀환’은 한껏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중국 국가관광국(國家旅遊局)은 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 등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 관광 해제 조치를 취하는 듯하더니 지난해 12월 중순 돌연 이를 재금지했다.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춘제(春節·음력설)를 계기로 유커가 돌아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유커가 언제 돌아올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유의할 만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객을 금지한 뒤로 한국과 중국 사이의 관광객 출입국자수가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06만명,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76만명으로 1.7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 수치는 2013년에 역전되기 시작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숫자가 4년 연속 더 많았다. 2013년에는 35만명, 2014년 194만5000명, 2015년 154만명까지 그 폭이 늘어났다.
중국 입장에서는 단체 관광객을 금지함으로써 한·중 간 관광 무역 적자의 폭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굳이 유커의 한국 방문을 장려할 이유가 없게 됐다. 중국이 보기에는 지금이 양국 간 관광 무역 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한령 해제 문제도 마찬가지 논리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콘텐츠 무역 역시 격차가 크다. 2015년 기준,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4억5000만 달러(약 1조5421억원), 수입액은 1억7000만 달러 수준이다.
단순 격차만 보더라도 13억 달러에 육박한다. 출판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전 영역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음악콘텐츠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수입의 695배에 이를 정도고, 애니메이션은 180배에 달한다.
점점 벌어지는 한·중 간 문화무역의 격차는 중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무역역조(貿易逆調·한 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임이 분명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이런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사드에 따른 문화산업 영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자국 문화의 해외 진출이라는 이데올로기 요인을 넘어서 무역의 균형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언제 풀릴지도 모를 중국의 해금 조치만 기다릴 수는 없다. 차제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구조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 관광보다는 싼커(散客·개별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골목골목 싼커들이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중국어로 개발하고 혼자서도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홍보해야 한다. 싼커들이 좋아하는 한류콘텐츠를 융합하는 프로그램도 좋은 출구가 될 수 있다. 스타나 영화, TV드라마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한령은 공식적으로 발령된 적이 없다. 따라서 공식적인 해제 조치도 없을 것이다. 한한령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험을 토대로 차이나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현지 진출에 있어서는 소규모 도시들의 특성에 맞는 한류콘텐츠로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도시에서의 대규모 공연이나 이벤트보다는 지역으로 파고드는 작은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지역에 대한 공략에도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 지역들은 중국 문화와 현지 문화가 섞여 있어 독자적 특성을 가지면서도 나중에라도 중국 진출을 위한 우회 루트로서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올해 수교 26주년이 됐다. 이제 새로운 사반세기를 맞는 시점이다. 건강한 한·중 교류는 단지 ‘선한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도 명분만 따질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논리 이면에 숨겨진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 판단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