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랜드마크 아파트 가격 상승률 평균 세배 웃돌아
2018-01-14 10:03
- 정부 규제에 오히려 '똘똘한 한 채'인 강남 고가 아파트로 수요 몰려
- "수요해소 위해 재건축 규제 등 완화해 공급 늘려야…초고층 허용도"
- "수요해소 위해 재건축 규제 등 완화해 공급 늘려야…초고층 허용도"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일반 아파트 평균 대비 세 배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속되는 규제가 오히려 강남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본지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8·2 대책 이후 4개월간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위치한 랜드마크 아파트 10곳의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14.45%에 달했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2054만원에서 2175만원으로 4.3% 올랐다.
랜드마크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이었다. 지난해 9월 5억6100만원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 전용 59㎡는 12월 들어 8억원까지 매매가격이 뛰었다. 상승률은 무려 42.6%였다.
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은 약 2만 가구의 재건축 개발이 진행 중인 고덕동의 ‘대장주’로 대단지 규모와 입지적인 장점 등이 주목받으며 매매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어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1·2차 전용 161㎡는 지난해 8월 31일 26억3000만원에서 11월 22일 30억원으로 14.0%,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9㎡는 8월 2일 13억7000만원에서 12월 11일 15억5000만원으로 13.1% 매매가격 상승을 보였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08㎡(21억7500만원)는 12.8%,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116㎡(15억2000만원)도 12.5%,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20억5000만원) 역시 12.3%를 기록하는 등 일반 아파트 대비 세 배에 가까운 높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KB국민은행 자료에서도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위 아파트의 지난 한 해 매매가격 상승률은 15.9%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상승률로, 서울 전체 상승폭(5.2%)과 비교했을 때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8·2 대책 이후 강남권 랜드마크 등 고가 아파트의 상승폭이 일반 아파트보다 높았던 것은 대출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들에 대한 압박에 따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투자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강남권에는 수도권과 지방 등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핵심지역의 랜드마크급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송파구 잠실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8·2 대책 이후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 가운데 다른 주택을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를 남기거나 갈아타기 위해 문의하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면서 “이 같은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시세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함께 대출 규제 등이 오히려 투자자와 수요자를 미래가치가 높은 강남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라며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재건축 규제 등으로 공급이 한정되다 보니 희소가치가 부각되면서 가격도 크게 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심화하는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 수요를 해소시키기 위한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간다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서울시 등이 초고층 아파트 개발을 막고 있는데,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 공급은 늘리면서 안전과 기부채납 등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