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도전한 정회동 "운용사가 뽑는 부회장제 도입"

2018-01-10 16:07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대표.


"자산운용업을 전담하는 부회장제를 도입해 인사·조직 권한을 주겠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정회동 후보(전 KB투자증권 사장)는 10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밝혔다. 커진 위상에 비해 자산운용업계가 제 목소리를 못 내왔다고 보는 것이다. 은행권 견제로 고전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위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로 했다.

◆"자산운용사에 힘 실어주겠다"

정회동 후보는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운용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금투협은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를 합쳐 출범했다. 통합 금투협 회원사 수는 현재 241곳이다. 증권사 56개와 자산운용사 169개, 선물사 5개, 부동산 신탁사 11개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 숫자가 가장 많지만 발언권은 협회비를 많이 내는 증권사가 더 크다.

정회동 후보는 "자산운용업계는 타의로 협회를 합친 것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그동안 업권 간 이해가 충돌하면 자산운용업계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업계가 추대하는 부회장을 둬 권익을 보호한다면 이런 불만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장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공약을 지키려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

정회동 후보는 "금투협은 회원사와 정부, 회원사와 국민 가운데 끼어 있는 조직"이라며 "소통하지 않으면 중간에서 막고 있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관과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금투협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와 함께 은행권 견제 뚫겠다"

정회동 후보는 금융투자사가 은행보다 더 크게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초대형 IB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은행권을 상대할 때도 회원사 최고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회동 후보는 "대외능력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힘에 부칠 때는 솔직히 인정하고 회원사와 같이 뛰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 경제를 위한 아이디어는 은행권보다 금융투자업계가 더 많다"며 "내가 가진 근육을 다 쓰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공약도 내걸었다.

정회동 후보는 "금투협이 4차 산업혁명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를 한국장외시장(K-OTC) 비상장주식처럼 자율 규제 아래 허용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흥국증권과 NH농협증권, 아이엠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KB투자증권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증권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외환은행과 LG그룹 회장실, LG투자신탁운용을 거쳤다. 그는 3대 금투협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을 만큼 금투업에 꾸준히 애착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