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號 KT, 文정부 따라 ‘블록체인’ 삼매경

2018-01-03 16:22
황창규 회장 “블록체인 키워라” 적극 지시…올해 사업 키워드 될까
일각에선 정부 기조 맞춰 블록체인 사업화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황창규 KT 회장.[ ]


KT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부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신규사업의 절반 가까이를 블록체인 기술투자에 투입하는 등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아 떨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가 그룹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르며,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을 뜻한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것과 달리,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에 적용돼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떠오르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시장 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2년 블록체인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7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성도 밝다.

우리나라 정부도 블록체인을 미래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도 과학기술·ICT 분야 R&D사업 종합시행계획’에 따라 91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를 블록체인융합기술개발(45억원)에 쏟아붓는다. 지능정보사회의 신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 전략적‧집중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KT는 2015년 말부터 융합기술원 내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을 둬 금융 및 데이터 유통에 최적화된 KT 자체 블록체인 기술 확보에 힘써왔다. 지난해 말에는 융합기술원장 직속 조직으로 격상된 블록체인 센터가 출범해 사업모델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KT의 R&D을 총괄하고 있는 융합기술원장 이동면 부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한 것도, 블록체인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차세대 금융 IT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확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이는 금융거래 플랫폼을 그룹 미래 5대 플랫폼의 하나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의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황 회장은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지난 연말 임원회의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별도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 ‘평창5G빌리지’ 개소식에서도 “내년에는 5G와 인공지능과 더불어 블록체인을 현실화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과 같은 미래 역량을 분명하게 키워내자”며 불록체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KT는 올해 BC카드와 엠하우스등 그룹사와 연계해 블록체인 사업을 현실화 한다는 방침이다.

KT는 BC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카드거래 시 생성되는 ‘전자서명 이미지’의 보관을 위한 KT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서명 이미지(ESC) 관리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하반기 ‘전자문서 관리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계약서나 증빙자료 등 기업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모든 전자문서에 대한 저장과 관리를 가능케 했다.

또한 KT는 KT 엠하우스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거래를 위해 가상화폐 플랫폼 ‘K-Coin’을 자사의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쇼’ 서비스에 적용했고, 올 상반기까지 유통 및 고객 간 직거래까지 가능한 블록체인 통합인증·권한관리 솔루션을 개발중이다.

사측은 지금까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를 사업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KT의 미래사업을 책임지는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도 에너지, 보안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융합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작년에는 인공지능(AI)에 기술적 드라이브를 걸어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면, 다음 단계로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상황에서, KT가 블록체인 사업화를 내부 스스로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따라가듯, 근시안적 정권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현재 KT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라 꼽을 수 있는 것도 전자서명 관리 시스템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