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충남 엑소 뛰어넘고픈 안희정, 선택지 두장을 버렸다
2017-12-18 18:20
도지사 3선도전과 의원출마 내려놓은 이 사람…마지막 선택지는 당 대표 도전
"지난 7년 6개월간 성원해준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 6월까지 8년간의 도정을 잘 마무리하고 3선에는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6월에 치러질 충남지사 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게 안 지사의 뜻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도 고려하지 않겠다며 불출마 뜻에 목을 박았다.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게 안 지사의 뜻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도 고려하지 않겠다며 불출마 뜻에 목을 박았다.
안 지사의 별명은 충남 아이돌, 충남 엑소다. 소탈한 화법과 깔끔한 외모에 지난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뺨에 키스하는 도발 행동까지 안 지사는 사생팬(가수, 배우, 모델 등의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덕력(?)을 겸비한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에는 안 지사의 존재감을 전국에 뽐내며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안 지사에게 지금 아쉬운 것은 충남지사직의 한계다. 충남지사직에 있으면서 민주적인 도정 운영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중앙 정치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불리는 안 지사에게는 2018년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충남지사 3선 도전이지만, 충남 엑소를 뛰어넘어 전국구 별명을 가지고 싶은 안 지사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중앙 정치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남지사직은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지막 선택지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도전이다. 민주당은 2018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추미애 대표 후임으로 전당대회를 연다. 안 지사에게는 정당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해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만약 안 지사가 선거 불출마 후 당 대표로 나서면 원외 대표가 된다. 국회 내의 권한이 없는 원외 대표는 당 운영에 한계가 있어 안 지사에게도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공론의 장'과 '정당정치'
재미있는 사실은 문 대통령도 2012년 18대 대선 때 낙마한 후 원외 대표로 민주당을 이끌며 지도력을 보여준 바 있다.
안 지사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해선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안 지사를 향해선 "노무현의 동업자"라고 칭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둘은 닮은꼴이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지난 11월 안 지사는 서울 성북구청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견의 논쟁을 거부해선 안 됩니다.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네가 왜 문제 제기야'라고 하면 공론의 장이 무너집니다."라고 문 대통령 지지자에게 쓴소리했다. 그러면서도 '고품격 지지자들의 교묘한 지지운동'을 권유했다. 안 지사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공론의 장'과 '정당정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음 행보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