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3세님들, 리베이트 없앨거죠?

2017-12-05 08:36
오너 3세, 매출 상위 10개사 경영자 중 절반 차지
이상준 현대약품 총괄사장 취임…대·중소사 오너 세대교체
제네릭 경영방식 벗어나 신약개발·불법 리베이트 근절 과제로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상준 현대약품 부사장,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강정석 동아에스티 회장,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 허승범 삼일제약 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 [사진=각 사 제공]


100여년 역사를 지닌 제약업계에서 창업주 3세가 경영을 맡는 세대교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매출 상위 10곳 중 절반은 3세가 경영을 총괄하거나 참여 중이다. 중소업체에서도 3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이상준 현대약품 부사장(41)은 총괄사장으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총괄한다. 이상준 총괄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이규석 회장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 아들인 오너 3세다. 

오너 3세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제약사는 조금씩 느는 추세다. 가장 오래된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3세인 윤도준 회장(65)이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매출 상위 제약사인 녹십자와 동아에스티도 각각 오너 3세인 허은철 사장(45)과 강정석 회장(53)이 이끌고 있다.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도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이경하 회장(54)이, 일동제약은 윤웅섭 사장(50)이 각각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두 제약사는 오너 3세가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드는 시기 전후에 맞춰 지주사로 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너 3세 전환은 중소제약사에서도 활발하다. 삼일제약 허승범 사장(36), 유유제약 유원상 부사장(43), 국제약품 남태훈 사장(37) 등이 새롭게 경영 일선에 뛰어든 오너 3세로 주목받고 있다.

보령제약·제일약품·일양약품 등에서도 오너 3세가 현직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41)은 전문경영인인 성석제 사장(57)과 함께 경영 총괄을 맡아, 사실상 경영 승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제일약품 역시 승계 시점에 맞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너 3세로의 세대교체는 제약산업 변화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약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국내 제약산업 과제가 이들 손에 쥐어져 있다. 꾸준히 성장해오던 내수 시장은 여러 규제 등으로 한계에 다다라 신약 개발 등이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모색되고 있다. 젊은 피와 진취적 리더십, 소통경영 등이 강화된 오너 3세는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중심인 기존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개방적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는 열쇠로도 꼽힌다.

그간 제약산업은 보수적이면서도 불법 리베이트가 만연한 대표 산업으로 인식돼왔다. 최근까지도 드라마 소재로 활용될 만큼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이를 뿌리 뽑고 올바른 산업이라는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도 새로 경영을 맡은 오너 3세에게 주어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는 업계 전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데, 이제는 3세 경영과도 맞물린 상황”이라며 “실제로 부패방지경영 국제표준인 ‘ISO 37001’을 도입하거나 영업 방식을 바꾸는 등 기존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 ‘3세 경영’이라는 것만으로 리베이트 경영이 희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3세 경영은 제약업계에 묶여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