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한국서 바라보는 대만
2017-11-30 10:00
20년간 한국 언론의 대만 관련 보도
'이웃'보다 주변국 관찰자 입장 대부분
'이웃'보다 주변국 관찰자 입장 대부분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특징부터 시작해서 한국 사회의 치열한 입시경쟁, 연장자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시는 예절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 사회에서 대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듯하다. 아직 한 번도 대만에 여행 한 적이 없는 한국사람들도 많다.
한 한국 지인은 “대만에 무척 가보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대만에 가면 꼭 사야 할 대만간식 등 쇼핑리스트를 제외하고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만으로 여행을 오는 한국 여행객들이 증가해왔다. 또 한국에서는 펑리수(鳳梨酥), 밀크티, 망고젤리 등 대만간식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행 가고 싶은 나라, 사랑스럽고 정겨운 디저트가 있는 나라, 이것 이외에 한국사람들이 대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의 대만 관련 보도를 통해 본 대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고 있는 언론보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이용 한국의 총 42개 언론사(8개 중앙지, 5개 경제지, 4개 방송사 포함)가 지난 20년간(1997~2017년) 보도한 대만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20년 동안 대만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등장해 온 단어는 ‘중국’, ‘국민당’, ‘타이베이(臺北)’, ‘외교부’, ‘미국’, ‘일본’ 순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대만은 대만 그 자체로서 바라보기보다는 중국·미국 등 한국과 대만 주변 국가들의 관계와 연관지어져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보도된 분야는 국제정치, 산업·경제, 여행 관련 정보 순이었다. 산업·경제 분야는 1990년대 후반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보도가 집중적이었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 LCD 생산을 두고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대만은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관찰대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상호교류’를 하고 있는 ‘이웃’ 성격은 아니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과 대만 사회가 어떤 교류를 했다는 소식은 드물었다.
1999년 대만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의 119 구조대가 대만에 급파돼 구난에 힘썼다는 소식 이후로는 대만 사회와 교류했다는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한국과 대만을 오가는 직항로 신·증설 보도와 함께 대만 여행 관련 보도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2013년 이후 다시 한 번 대만 관련 보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해 tvN의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방영됐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2016년까지 대만 관련 인터넷 검색어에는 ‘꽃보다 할배’가 상위권을 계속 차지했다.
2013년 대만 관련 보도와 인터넷 검색이 증가한 것과 ‘꽃보다 할배 대만편’ 방영이 정확하게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당시 해당 방송을 본 많은 한국 시청자들은 대만에 대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대만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한국 사회에서 해당 방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만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부터 국제관계·국제경제와 관련된 보도 이외에 대만 사회, 대만 근현대사, 대만 문화, 대만과의 문화예술, 학술, 환경 등 교류 관련된 소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대만이라는 존재가 주변국의 눈치를 보며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친밀한 상호교류를 나눌 수 있는 ‘이웃’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