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더치페이 합시다

2017-11-23 19:00
간편결제시장 '사수작전'
계산대 안가고 제자리서 결제

삼성페이 등 IT·유통기업들의 간편결제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을 넘어 더치페이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 서비스를 다양화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차세대 지급결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뭍밑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다음달 초 '테이블페이'의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핀테크업체인 '오케이포스', '더페이'와 손을 잡고 음식점이나 카페, 골프장 등 오프라인 가맹점 1000여곳을 시작으로 본격 행보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계산대에 가지 않고도 테이블에 앉아서 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점원이 가져다 준 주문서 안에 QR코드가 포함돼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해당 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결제는 KB금융지주 모바일 플랫폼인 '리브메이트'를 통해 이뤄지며, 주문서에는 전액결제 뿐 아니라 개별메뉴 당 QR코드가 함께 들어 있어 일종의 더치페이에 해당하는 개별결제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카드 역시 모바일결제를 활용한 자체 테이블페이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카드는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로 본사 사내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시험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계산서를 통해 개별 QR코드를 전달하는 방식인 KB국민카드와 달리 현대카드는 각 테이블 마다 QR코드 기기를 비치하고 고객들로 하여금 QR코드 또는 nfc결제 중 하나를 선택해 주문에서 결제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업계는 이같은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카드사들이 관련 서비스를 내놨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카드사들의 더치페이 서비스는 모두 한 명이 대표로 전액을 결제하고 앱에서 결제명세와 나눌 금액 등을 설정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이를 받은 사람들이 링크에 접속해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계좌 잔액이 없어도 청구일에 납부되기 때문에 현금 없이 더치페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각자가 카드로 결제한 만큼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같은 카드를 사용해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반쪽짜리 서비스'란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테이블페이는 핀테크업체들이 구축해놓은 플랫폼에 각 카드사들이 참여만 하면서, 타사의 신용카드라 하더라도 더치페이가 가능해진다. 현재까지는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만 참여하고 있지만, 핀테크업체들이 타 카드사의 진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각 카드사별 제휴가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더페이는 서비스가 가능한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카드사 및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카드사들이 IT‧유통업체들의 선전에 향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테이블페이 등 새로운 간편결제 시스템을 활성화하게 되면, 카드사들의 향후 경쟁력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