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생명, 사외이사 재선임 꼼수 논란

2017-11-23 19:00

[사진=DGB생명]


DGB생명보험이 특정 사외이사가 장기간 보상위원회에 재임할 경우 이를 외부에 공시하기로 했던 내부규범을 변경했다. 현재 보상위원회에 소속된 박정호, 이영탁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은 지난 16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했다. 당초 DGB생명은 지배구조내부규범 제41조(수시공시) 2항에 의거 사외이사가 보수위원회에 연속해 2년을 초과해 재임할 경우, 그 사실을 지체 없이 공시토록 했으나 이번에 이를 삭제했다.

이는 최근 2년 가까이 보수위원회에 재임했던 박정호, 이영탁 사외이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 사외이사는 지난해 12월에 동시에 선임됐으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보수위원회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 중 하나로 회사의 보수체계를 심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DGB생명의 보수위원회는 현재 3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규정 상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넘어야 한다. 즉 사외이사 2명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회사 전체의 보수체계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DGB생명은 새로운 사외이사로 보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보다 기존의 박정호, 이영탁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은 이들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찾기 쉽지 않다보니 기존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활동해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라며 "대부분 금융사들이 같은 사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재선임이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제도가 회사의 부조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음을 감안하면 새로운 인물에게 보수체계 심의를 맡길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유사한 취지로 DGB생명 지배구조내부규범도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 특정 사외이사가 2년 이상 보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했다.

DGB생명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지배구조모범규준을 변경한 것을 우리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두 사외이사의 재임 등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DGB생명은 이번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사외이사의 기부금 사전 보고 의무도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