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있다? 없다?

2017-11-24 11:27

[사진=구원진 작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있다?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의 성화에 못 이겨 올 해 유난히 크리스마스 트리를 빨리 달았다. 달력에 새겨진 입동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겨울이 왔다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빌려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빨리 달아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도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신다”는 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짜증내려다 말고 멈춘다. 그리고 두 손을 고이 포개 빈다. 뭐라고 비는 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짜증내지 않을게요~ 꼭 선물주세요~’가 아닐까. 그리고 동시에 나의 마음속에선 산타의 비밀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가 늘 난제로 남아있다.

산타클로스는 종교를 떠나 모든 아이들의 동심의 세계에 자리한 존재다. 그렇기에 그 존재가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게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5년 전 첫째가 3학년일 때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벗으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없대” 라고 했다.

나는 누가 그런 소리하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반에서 몇몇 아이들과 몇몇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있다 없다’로 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땐 “선물을 받아본 친구는 있을 거라고 믿을 테고, 선물을 못 받은 친구는 당연히 없다고 믿고 싶지 않을까?” 그렇게 넘겼다.

“엄마 진짜 있지?” 라고 물으면 늘 ‘진실을 말해야 하나’, ‘동심을 지켜야 하나’하는 두 개의 마음이 요동을 쳤지만 나는 후자를 택했다. 이러한 질문은 매년 12월이면 쏟아졌고 큰 아이는 다행히도 친구들의 말 보다 엄마의 말을 더 믿어주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드디어 큰 아이는 더 이상의 산타는 없다며 엄마를 보고 ‘이제는 안 믿어요’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래 이만큼 지켰으면 됐다.

이제는 곧 중학생이 될 아이인데 '더 이상은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8살 작은 아이가 있지 않은가. 나는 작은 아이의 동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은 아이가 없는 틈을 타 큰 아이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진지하게 다시 이야기 했다. 산타할아버지에 대해서.

“산타할아버지는 있을까 없을까?”
“없지”
“왜 없다고 생각해?”
“에이~ 없잖아 엄마”
“좋아. 그럼 귀신은 있니?”
“있지”
“귀신이 있어?”
“있지”
“귀신이 있으면 요정도 있겠네?”
“어?”
“나쁜 귀신이 있으면 착한 신도 있을 거 아냐?”
“음...”
“니들은 왜 나쁜 귀신은 있다고 믿는데 착한 신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네......”
“귀신을 안 믿는다면 모르지만 귀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한 요정, 산타할아버지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닐까?”
“......”
“그래 눈에 보이는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니 말이 맞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산타할아버지가 너희들의 착한 마음과 선행을 보고 올해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그리고 그 능력으로 너희들의 선물을 샀다면... 산타할아버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사진=지켄트]


큰 아이는 씩 웃었다. 그 동안의 산타할아버지가 부모라는 것을 명확히 확인하는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실망도 그리 크지 않았다. 어딘가 산타할아버지가 있을 수 있다는 동심을 완전히 버릴 수 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당시 8살 동생을 위해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아이들에게만 오는 거야. 안 믿으면 안와” 그러자 첫째는 더 이상 그런 쓸데없는 고민은 필요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엄마 나는 믿어, 나는 산타할아버지를 믿어”라며 하얀 이빨을 보이며 웃어주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직 우리 집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한다. 가끔 “엄마 우리는 문을 꼭꼭 잠그고 자는데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들어와?”, “엄마 요즘에는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 안타고 다니지?” 라며 현실적인 질문들을 쏟아낸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 있어”, “그래 뭐 자가용 타고 다니시겠지” 그렇게 나는 또 얼렁뚱땅 넘기고 만다. 마음은 다시 방망이질을 친다. 들킬까말까 조마조마하다. 둘째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 엄마는 동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한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주신대요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잠 잘때나 일어날 때/ 짜증날 때 장난할 때도 /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을/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산타할아버지는 있을까 없을까? 나는 있다에 한 표를 든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울지 말자고 늘 착한 마음과 바른 행동을 하며 씩씩하게 자라기를 이 땅의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선물을 못 받았다면 다음에 왕창 받을지 또 모를 일이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나의 행동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가 산타를 정말로 믿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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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터플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