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책 읽어주는 엄마, 태교와 육아를 거쳐 교육까지 아주 좋다
2018-01-12 17:52
아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개월 수였지만 엄마의 감흥은 교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가 태어나고 생후 50일 즈음, 마침 어린이 날이었다. 첫 아이에게 첫 선물로 필자는 유아용 창작도서 50여권의 책 한질을 사주었다. 누워있는 아기가 무슨 책을 읽느냐고 주변인들이 모두 한결같은 목소리로 나무라기도 하고 아연해 하기도 했다.
그럴때면 나는 당시 외딴 곳에서 늘 부재중인 남편으로 인해 홀로 아이를 키워야하는 상황을 들며 “해가 떴다. 꽃이 폈다. 날씨가 좋네 라는 말 말곤 아이와 나눌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으며 이야기 해야겠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하루에 책을 3권씩 읽어주었다. 엄마 배 속에서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였을까? 흔들침대에 잘 누워있지 않는 첫째였지만 책을 읽어줄 때는 눈을 반짝이며 누워있었다.
엄마의 욕심으로 네번째 책을 가져오면 그땐 어김없이 징징대기 시작했다. ‘아, 멈추어야 할 때다.’ 그렇게 하루 책 3권씩 읽은 50권은 한 달도 안돼 다 읽게 되었고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깊은 감동과 재미를 준 책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주었다.
그 후로도 필자는 매번 남편과 싸워가며 책을 들여놓았고 아이가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하루에 10권이고 20권이고 읽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렇게 반대했던 남편도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일이라며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스르르륵, 스르르륵”, “저벅, 저벅” 혹여나 책 읽는 것이 지루할까 의태어와 의성어는 물론이고 할머니가 옛날이야기 해주듯 누가 들으면 창피할 정도로 필자는 실감나게 읽어 주기 위해 온 몸을 다 바쳤다. 때문에 필자의 성대는 늘 쉬어있었고 매번 걸려오는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첫 소리는 한결같이 “감기 걸렸니?”였다.
첫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둘째에게 책을 읽어줄 때면 곁에 와서 들었다. 너는 다 컸으니 이제 네 책을 읽으라고 해도 엄마가 읽어주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며 옆에 붙어 앉았다.
-아들 키우기가 더 쉽다고 말하는 용감한 엄마-
아들만 둘을 키우는 필자에게 주변인들은 ‘아들 키우는 엄마 같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한다. 반면 나는 “아들이 얼마나 이쁜데... 아들이 얼마나 좋은데요...”라며 반문을 했다.
연극 한편을 보듯 실감나게 읽어주고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주인공처럼 흉내 내며 놀아도 보고 내용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도 나누었다.
책을 통해 필자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아이가 공룡에 빠지면 공룡 책 여러 권을 독파하며 누가 공룡 이름을 더 많이 외우나 시합도 하고 티라노 밖에 몰랐던 엄마는 서른 종이 넘는 공룡이름을 달달 외우게 되어 ‘내가 이렇게 공부했으면 S대를 갔지’, ‘그래서 엄마인가보다’ 싶었던 그런 날들이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첫째는 미운 4살, 미운 7살도 없었고 초등학교 6년 내내 모범상을 받은 진짜 모범생이었으며 사춘기도 무던히 보냈다.
둘째는 첫째만큼 책을 읽어줄 시간적, 육체적 여유가 없었다. 태교도 형에게 읽어주는 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두세살 때 책을 읽어주려고 하면 내용을 보지 않고 책장을 마구 넘기는 통에 둘째는 책을 싫어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의 큰 착각이었다. 6살 여름 한글 떼기 종이 한 장을 벽에 붙여놓고 ‘가갸거겨...’를 떼고부터 둘째는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옳고 그른 것,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을 책을 통해 스스로 깨쳤다.
그래서인지 한글을 떼고 난 후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의젓해 졌다. 엄마가 책을 읽어준 양으로만 따진다면 첫째가 둘째보다 책을 더 좋아해야 하지만 의외로 둘째가 책을 더 좋아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독을 한다. 책을 읽을 여유가 없던, 누구나 그렇듯 그랬던 필자조차도 둘째로 인해 다시 책을 들어야 했을 정도다.
기와집에 살든 초가집에 살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떠한 여건과 조건을 떠나 가족이 대화가 되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필자가 아들 둘을 키워도 아들 둘을 키우는 것 같지 않은 엄마인 것은 아들들과 소통이 잘 되었기 때문이고 필자는 그 중심에 책이 있었다고 자신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꼼짝하기 싫은 추운 겨울이야 말로 독서하기에 최고의 계절이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포근한 이불 아래 다락방 냄새가 물씬 베인 책장을 넘기며 어머니가 주신 간식을 먹었던 옛 추억이 필자에겐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근사한 추억도 좋겠지만 그 전에 포근하고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힐링 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어떨까,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글=구원진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지켄트인터뷰 #워킹맘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