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헤즈볼라는 테러단체" 강력 비난

2017-11-20 17:10

모함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연합]


아랍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CNN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연맹 총회에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 같이 밝히면서 "사우디는 이란의 공격에 나태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을 겨냥해 경고를 날렸다.   

칼리드 빈아흐메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도 사우디의 편에 서서 “이란은 아랍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란을 맹비난했다.

아랍 이슬람권 최대 기구인 아랍연맹의 이번 외무장관 회의는 사우디의 긴급 요청으로 개최됐다. 사우디는 지난 4일 사우디 군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을 리야드 공항 인근 상공에서 격추한 뒤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자리다.

이번 회의에는 최근 사우디-이란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레바논 외무장관과 IS 격퇴전에서 이란의 도움을 받은 이라크 외무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CNN은 이날 아랍연맹의 회의가 제재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도 결의안 통과와 공동 선언문 발표는 많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회의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 간 패권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사우디가 지난 7월에 카타르에 이란과 절연을 요구하면서 단교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이란을 고립시키고 역내 이란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우디는 4일 예멘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을 이란이 제공했다면서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최근에는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에 방문했다가 돌연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사우디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하리리 총리에게 강임을 강요하고 구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하리리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그러나 중동에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IS 격퇴전이 계속되는 한 이란의 영향력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란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여 반군과 IS 격퇴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