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선 칼럼] 대중국 정책, 전술을 넘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
2017-11-06 13:51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이웃으로 평생 두고 있어야 하는 숙명적인 관계이다.
우리는 전략을 노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단계별 협상에서 내놓아야 할 카드를 모두 보여주곤 한다.그래서 중국은 어쩌면 한국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3불(不)원칙'도 또다시 중국의 전략에 말려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사드배치가 북핵을 대응하는 우리의 정당한 방위이며 중국의 압박을 지나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주었던 중국측에 유감표명 요구도 하지도 못하고 발표된 '3불정책'은 향후 중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다소 성급한 발표가 아니었나 하는 조심스런 관측을 해본다.
어찌 보면 한-중 관계를 풀어야 하는 책임은 중국측에 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과 입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중국과 협의를 했다면 우리가 위신도 세우고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들도 많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한국 정부가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의 변화 등을 놓고 볼 때, 대중국 정책은 중국을 제대로 알고 각 분야별로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중국 전문가 풀을 가동해야 보다 성숙된 대 중국 협상과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3불(不)원칙' 발표 이후에도 중국은 이에대한 한국 정부의 '이행'을 운운한다. 즉, 마치 선심을 써준 것 처럼 하는 태도다. 그러니까, 미국의 미사일방어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대해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군사옵션도 논의한다고 한다. 지금 미국 정가에는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온건파와 군사적 옵션이 필요하다는 강경파 간에 두 세력 간의 대치가 이루어 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G2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가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항상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한중간에 정치적 대립이 또다시 불거지면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오는 타격은 이번 사드 문제에서 겪었던 바와같이 불 보듯 뻔하다.
전술만 있고 전략이 부재한 접근 방식으로 중국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국을 연구하고 노하우를 터득한 중국 전문가 풀을 가동하여 숙명적인 이웃인 중국에 대한 성숙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필자: 태아금융유한공사 회장/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해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