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선 칼럼] 한.중 수교 25주년 - 이슈와 해법

2017-08-25 11:22




 

[아주경제 DB] 김해선 한중친섭협회 이사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이하여 각계에서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한국의 대표적 자동차와 화장품 업계에 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과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국내 백화점 면세점에는 발을 디딜 틈 없이 중국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명동거리에도 한집 건너 다른 집이 화장품 마스크팩을 비롯해서 중국 관광객 선호제품들로 가득 찼던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 열풍이 과연 얼마나 갈까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작년 7월 한국정부가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양국간 무역교류는 그야말로 눈에띄게 급감했다.
필자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잦은 중국 출장도 뜸해지고 한동안 국내 일에 몰두해 있었다. 올 해들어 새 정부 출범으로 한.중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던 중 북한의 ICBM 미사일 시험와 사드배치 논란으로 한.중 관계가 다시 냉각되는 안타까운 시점에 도달했다. 올 해에는 수교 25주년이고 각계의 중국 전문가 분들이 토론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서 한.중 관계의 다양한 해법을 살펴본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생각없이 급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즉, 전임 정부에서 문제를 만들었으니 빨리 봉합해야지 하는 성급한 생각에 제대로 된 전략없이 정부에서 발표하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알 수 가 있다.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은 한 마디를 하기에 앞서 그 사안에 대해 수집한 데이터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내각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국가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았을 때, 중국 정부입장에서 한국이 북핵에 대응해서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 자체를 놓고 한국을 압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정부에서 대 중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지속적이고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이다.

사드의 문제는 한.중, 한.미 간의 단순한 문제를 넘어 한-미-중 간에 풀어야 할 복합적인 문제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에 대해 왜 국방 문제를 미국하고만 협의하느냐.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중국이다. 북.중 접경지역으로 쏟아질 북한 난민 문제를 비롯해서 한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내에서 처리해야 할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에 의해 전임 행정부에서 맺어왔던 많은 협정들에 대해 원점에서 재론되고 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해 미국이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양국간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핵문제를 군사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여 한반도 긴장이 최근 최고도로 고조 되었다. 즉, 이젠 더 이상 과거에 우리가 생각하던 중국과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정책의 방향도 그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사드 문제로 인한 미-중 간의 싸움에 한국이 샌드위치가 된 격이다. 그리고 G2로 부상한 중국, 특히 마오쩌둥 이래로 가장 강력해진 시진핑의 포지션에서 미국을 겨냥한 압박을 상대적으로 편한 한국에 가한다고 볼 수 있다. 협상력이 있는 전략가라면 이러한 양강 구도에서 한국의 역할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착안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과연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인물이 있을 지 걱정스럽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깊은 생각없이 지역 전문가의 단편적인 의견만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한.미, 북.미, 남.북, 한.중 등 다양한 시각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전략을 짜고 일단 정해진 정책은 일관성 있게 밀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사업을 하다보면 서로 국가가 다른 지역의 파트너들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와 때가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지 않으면서도 양자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하여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묘미가 한-미-중 관계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시시각각으로 왔다갔다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신뢰를 깨뜨리는 지름길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한국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서로 으르렁 거리는 맹수들의 싸움에서 한국은 윤활유 역할로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자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그 전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양국에 대한 노련한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정치, 군사, 경제, 문화, 서비스 등 다양한 시각에서 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그래서 무엇이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지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한.중 간에 냉랭한 분위기는 끊임 없는 민간 교류로 서로 설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이 주최의식을 가지고 한국만의 독자적이고 설득력 있는 실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필자: 김해선 한중친섭협회 이사/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해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