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갈등사회, 고리를 풀자]❸정규직 전환율 절반에 그쳐, 전환 예외자 반발도...민간 기업, ‘노사 갈등 번질라’ 속앓이
2017-10-25 18:09
정부 정규직 전환율 65%, 실제 50% 밑돌아
정부가 25일 발표한 정규직 전환계획의 경우,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000명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20만5000명으로 절반 가량에 그쳤다.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 보고한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실질적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전환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정부는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31만6000명 중 육아휴직자 등 14만1000명을 제외한 20만5000명이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비율이 6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이지만, 공공부문조차 정규직 전환율이 미미한데다 전환 대상자에서 빠진 비정규직의 반발도 예상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교육기관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약 1226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 것으로 봤다.
특히 △공공기관 축소 보고 △60세 이상을 이유로 제외된 청소·경비원 등 향후 추가 전환 대상자 3만명 △2단계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의 비정규직 △3단계 민간위탁기관의 비정규직 등까지 포함할 경우 정규직 전환에 소요되는 예산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 추계치보다 수십배 더 많은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합리적 임금체계 도입 △파견·용역직 직접고용 시 10~15% 이윤·관리비 등의 예산 절감 등을 들어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정규직 수를 적게 보고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 평가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재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에서 빠진 비정규직의 임금, 처우 등의 차별적인 요소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대 등 기본적 처우는 정규직 전환자와 똑같이 적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 상승분, 유급·연차 휴가 적용, 승진 절차 등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전환 예외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규직 전환 계획이 민간 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경우, 노노 갈등을 넘어 노사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사례가 민간 부문의 마중물 역할을 해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상승, 처우개선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고용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정규직 대상자의 경우 전환 시점을 앞두고 계약이 해지되는 등 해고와 실업이 속출하고,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져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정규직 전환자와 예외자 간 갈등을 넘어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예상되는 노노 갈등, 노사 갈등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정규직 전환시 차별적 행태, 전환 대상자 해고 등을 막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협의한 뒤 이를 법제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간제법의 경우 현행 최대 2년의 기한을 제한하는 방식에서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경우, 오히려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에 역행할 수 있고,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은 채용을 더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취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