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가스틸’로 꿈의 소재에 도전

2017-10-25 13:49
알루미늄보다 더 가볍고,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10t 견뎌
재활용성, 친환경성측면에서도 탁월...차체 안전성도 우수

기가스틸 이미지.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공]


포스코가 전기차 및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카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기가스틸’을 개발해 미래소재로써 철강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강판으로,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고 명명했다.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10t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이는 약 1t 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가로 10cm, 세로 15cm의 손바닥만 한 크기 ‘기가스틸’에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고, 특히 가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 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인장강도 780메가파스칼(Mpa) 이상의 강판을 초고강도강이라고 하고,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인장강도 980Mpa(1기가파스칼)이상의 강판을 ‘기가스틸’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타사의 경우 590MPa를 초고강도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철강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하기 때문에 구부러지지 않아 여러 가지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가공이 어려운데, 포스코는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이는 역설적인 ‘기가스틸’인 TWIP강, XF강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자동차 경량화와 대체소재의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철을 만드는 기술개발에 힘써왔으며 TWIP강, XF강 등 강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사용자가 철강의 성형 또한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더 강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철강사들이 TWIP강, XF강과 같은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역설적인 ‘기가스틸’ 개발에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철강을 생산해 상용화에 성공한 철강사는 포스코가 유일하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8월 태국 CGL 준공식에서 "철강 대비 비중이 3분의 1 수준인 알루미늄이 새로운 자동차용 소재로 많이 언급되는데, 철강은 알루미늄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강도가 3배 이상 강한 ‘기가스틸’이라면 경량화 측면에서도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같은 면적과 두께 등의 동일한 조건에서는 철강재인 ‘기가스틸’이 알루미늄 소재보다 약 3배 정도 더 무겁지만 강도가 훨씬 높은 ‘기가스틸’의 두께를 1/3 이하로 줄이면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활용해 알루미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철의 영역을 침범해오는 대체소재의 확산을 막고, 미래소재로써 철강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대비해 경제성, 경량화, 강도는 물론 재활용성, 제품 생산 시 상대적으로 낮은 CO2배출량 등 친환경성측면에서도 월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알루미늄 소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가스틸' 은 아주 높은 경제성을 가진 자동차소재다.

기가스틸(DP980)과 알루미늄(AA5182)으로 차체를 생산 했을 때 소재비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가량 차이가 난다. 자동차의 무게를 30%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재료비만 2배 넘게 차이나는 수치이다.

알루미늄소재를 내부 차체부품이 아닌 자동차 겉 외장재에 적용하면 더욱 큰 차이가 난다. 포스코의 자동차외장용 강재(BH340)와 알루미늄 소재(AA6111)를 비교하면 소재가격과 가공비는 각각 4.9배, 2.6배가 차이 나고,자동차무게를 30% 가볍게 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2.5배 수준의 재료비 가격차이가 난다.

또한 알루미늄 소재는 철강 소재와 달리 기존의 용접방법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나사(리벳)나 기계적인 결합(물림) 등의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강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알루미늄 강판 접합을 위한 특수 나사 비용 등을 더하면 대당 200여만 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가스틸’은 자동차 경량화에 있어서도 알루미늄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비록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보다 1/3정도로 작아 자동차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강도는 철강 소재보다 많이 낮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가급 강도를 가지는 포스코 ‘기가스틸’ 을 적용하면 알루미늄보다 아주 얇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중형차의 무게는 약 1500~1600kg으로차체 중량이 280~300kg이었다. 2004년 이후 고강도강 사용이 확대돼 차체중량이 240~250kg까지 감소했다. 이후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의 적용이 확대되면서 중량이 약 220kg까지 줄어들었다.
 

기가스틸_PBC EV프레임 모습.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공]


포스코는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를 적용한 차체보다 더욱 안전하고 가벼운 차체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 철강소재 '기가스틸’을 개발하고, 이를 포스코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한 ‘PBC-EV’ 차체에 적용해 경량 철강소재로써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가스틸’을 채용한 PBC-EV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강성도 함께 갖췄다. 국제자동차안전표준에 포함된 7가지 충격시험과 4가지 강성시험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신차평가제도(NCAP)의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이다.

철은 자동차 생산의 전통적인 소재로서 가공성·용접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며, 도금을 통해 녹 발생 방지를 쉽게 할 수도 있어 자동차 제작에 최적의 소재다. 또한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재료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kg의 소재를 생산할 때 탄소배출량은 철은 2.0~2.5kg인데 비해 알루미늄은 11~12.6 kg으로 5배가 넘게 차이난다. 자동차로 생산된 이후에도 제품의 수명주기를 감안한 누적 온실가스의 배출 또한 약 10% 가량 적어 철강제품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 더욱 친환경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의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알루미늄보다 경제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 그리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기반으로, 디자인 및 부품설계까지 포함하는 토탈솔루션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철강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소재로써 위상을 유지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