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자랑이자 아시아의 미래를 이끌 신진 감독들을 선정하는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적 감독인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본 영화 및 배우 그리고 심사기준 등을 언급했다.

10월 1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제22회 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세계적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을 비롯해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 프랑스 촬영 감독 아녜스 고다르,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즈, 한국 감독 장선우 감독이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먼저 영화 ‘성공시대’, ‘나쁜 영화’, ‘거짓말’ 등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장선우 감독은 “제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의 인연으로 불려나왔다. 영화를 멀리한지 10여 년이 지났는데 다시 돌아오게 해준 강수연 위원장과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감독뿐 아니라 촬영감독, 편집자, 작가, 제작자, 배우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라브 디아즈 감독은 “BIFF에 오게 돼 기쁘다. 저는 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기대와 공헌을 지지한다. 그는 아시아 영화를 지지해주신 분이다. 의미 있는 영화제에 오게 돼 기쁘다”며, 부산을 찾은 소감 및 심사위원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유일한 여성 심사위원인 아녜스 고다르는 “아시다시피 저는 심사위원 중 유일한 촬영 감독이다. 거기다 유일한 여성이다. 이 경험을 마음껏 누릴 생각이다. 그동안 BIFF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쿠르드족 영화계를 대표하는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지난 5월 서울을 왔었는데 BIFF 덕에 한 번 더 한국을 오게 됐다. 故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왔다. 그는 영화인이자 오랜 친구였다. 그의 소식을 듣고 굉장히 슬펐다”고 말문을 뗀 뒤, “또 하나의 이유는 올리버 스톤 감독 때문이다. 제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님이고 이분과 함께 심사를 맡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말처럼 모든 영화인의 ‘로망’인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은 “흥미로운 시기에 한국에 오게 됐다. 외교적인 부분에 긴장하기도 했지만, 영화가 가진 많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에 오게 됐다. 한국,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만나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더 많은 관객과 감독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BIFF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뉴 커런츠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들의 경쟁 부문이다. 현재 한국감독 ▲김희석의 ‘죄 많은 소녀’를 비롯해 ▲고현석 감독의 ‘물속에서 숨 쉬는 법’,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 인도 감독 ▲데바쉬시 마키자의 ‘할머니’, ▲푸시펜드라 싱의 ‘아슈와타마-말이 울부짖을 때’, 이란 감독 ▲모흐센 가라에이의 ‘폐색’, 중국감독 ▲조우취엔의 ‘여름의 끝’, ▲한동의 ‘선창에서 보낸 하룻밤’, 대만감독 ▲셍잉팅의 ‘마지막 구절’, 홍콩 감독 ▲청킹와이의 ‘쪽빛 하늘’이 이름을 올린 상황. 이 중 두 편의 최우수 작품을 선정할 계획이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감독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 생각한다. 이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다. 새로운 창을 찾는 마음으로 심사할 것이며 새로운 비전, 창문,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우리의 심사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도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다양한 나라, 생각, 시각을 가진 심사위원들인 만큼 심사 기준 또한 다 다를 거다. 아마 다수결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거들었다.

심사위원 자격으로 자리에 참석한 다섯 명의 감독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 및 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녜스 고다르 감독은 “오늘(13일) 아침 표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을 보았다. 정말 인상 깊었다. 그것만 보아도 BIFF가 얼마나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됐다. 저 역시도 오랫동안 한국영화를 사랑해왔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있다고 보고 또한 압도당했다. 며칠간 출품작들을 보게 될 건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에 관해 “훌륭한 비전과 안목을 가지신 분이다. 친절하고 모든 이를 동등하게 대하셨었다. 그는 영화제 심장 같은 분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 우리가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올리브 스톤 감독은 기자회견 전 대기실에서도 끊임없이 한국영화 및 배우들에 관해 질문하고 또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한국영화는 음악·디자인·촬영 등이 인상 깊다. 또한, 배우들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로 역설과 반전을 선보인다. 오래전부터 ‘올드보이’ 최민식을 좋아해 왔고 최근에는 ‘공조’의 현빈 씨를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병헌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데 젊은 때는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성숙해가면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 배우들이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의 여정을 이어갈 제22회 BIFF는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까지 5개의 극장, 32개 스크린에서 상영회를 거치며 75개국에서 초청한 298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 ‘유리정원’이, 폐막작은 대만 영화계의 여성 거장 실비아 창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