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對韓 직접투자 반 토막…"효과적 대책 마련 한계"

2017-10-12 17:51
1~3분기 외국인직접투자 13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7%↓

2017년 3분기 외국인직접투자 국가별 동향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반 토막 났다.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자국 내 정책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직접투자 감소까지 이어지며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도 10%가량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3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이 135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다고 12일 밝혔다. 실제 투자 도착기준으로는 9.1% 증가한 8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사드 갈등이 지속 중인 중국의 경우는 전년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중국의 한국 투자는 신고 기준 6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3.4% 급감했다. 이미 투자신고가 이뤄진 뒤 실제 집행한 도착금액 기준으로도 53.7% 감소한 1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중국 정부의 '해외직접투자 지도 지침'으로 해외투자가 까다로워졌고, 외환보유고 유지를 위한 외환송금 규제 등의 영향으로 한국 투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지침에 따라 해외투자 제한 업종으로 지정된 부동산, 호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한국 투자의 33%를 차지해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중국 투자가 반 토막 났지만, 우리나라로서는 딱히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장영진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자국 내 정책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중화권(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대만)은 신고액 기준 30억4000만 달러로 6.1% 늘었다.

정부는 중화권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난 점을 들어 중국 투자가들이 사드 갈등으로 한국 투자가 막히자 주변국을 통한 우회투자 방식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 투자정책관은 "공식적으로 확인은 안 되지만, 중화권 국가의 한국 투자에 부동산·요식업 부문이 많은 것을 볼 때 중국의 우회투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한국투자가 신고 기준 29억 달러로 5.5% 줄었다. 도착 기준으로는 5.4% 증가한 8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화공, 전기·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투자가 증가했지만, 금융과 보험 등 서비스업은 감소했다.

EU의 한국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40.7% 감소한 31억5000만 달러, 도착 기준으로는 1.4% 증가한 30억8000만 달러다.

조세회피처를 통한 소득 이전에 대한 국제공조가 강화돼 EU를 경유한 1억 달러 이상 대형 인수·합병(M&A)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 제조업의 경우, 주력산업의 세계적인 직접투자 하락세와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전년 대비 3.5% 감소한 41억6000만 달러(이하 신고액 기준)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금융·보험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전년 대비 8.8% 감소한 9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투자유형별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는 전년과 비슷한 107억9000만 달러를, M&A 투자는 미국의 금리상승 여파에 따른 자본조달 비용상승 우려 등으로 전년 대비 33.9% 감소한 2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