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유통이야기 ‘리테일디테일’㊸] 아이스크림, 동네슈퍼가 젤 싸다?

2017-10-13 08:19
동네 슈퍼, 마진적게 남겨 경쟁... 빙과업체, 울며 겨자먹기로 공급

[사진=아이클릭아트]


동네 슈퍼에 가면 '아이스크림 50%' 세일 표지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엔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이런 할인점포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정가를 모두 지불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고객은 바보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스크림의 폭탄할인 풍조는 언제부터 등장했으며, 왜 지속되는 걸까?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반값이 된 시기를 1990년대 후반으로 본다. 당시 국내에 대형마트가 속속 등장하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동네슈퍼들이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슈퍼의 냉동고는 점포 바깥에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입구 쪽에 30%, 혹은 50%의 세일 간판을 걸어두면 자연스레 점포로 유동인구의 유입을 늘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유통업체끼리도 경쟁을 하다 보니 마진 없이 제품을 판매하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러한 풍조가 정착되기 시작하자 동네슈퍼들은 점차 빙과 업체들에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빙과 업체들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제품을 밀어내는 악순환에 시달려야 했다. 

지나친 할인으로 가격거품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0년 ‘오픈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시행 1년여 만에 폐지됐다.

아이스크림의 가격 결정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한 빙과업체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바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이 800원일 경우 통상 제조사들은 300원 내외로 공급가를 책정해서 중간 도매상에 공급한다. 대리점은 10~15% 정도 마진을 붙여 소매점에 납품한다. 이후부터 최종 판매가격은 소매점주가 결정하는 구조다. 이론상으로 적게는 20%에서 최대 50%까지 마진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통상 20% 내외의 마진을 붙이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유통 구조상의 틈새를 노려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중간 도매상의 단계를 생략하고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해 가격경쟁력을 더 확보했다. 또 좁은 공간에서 냉동고만 놓고 아이스크림 한 품목만 팔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높고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분위기 속에 빙과업체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다양한 소매업체에서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사 가는 터라 당장의 매출상승에는 유리하지만, 자칫 이런 판매 구조가 고착될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의 정착이 힘들어지는 이중적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