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급세단x스포츠카 DNA 품은 '스팅어'
2017-10-07 00:25
기아차 스팅어는 고급 세단과 스포츠카의 DNA를 품은 품질로 무장했다. 강력한 동력성능은 물론 주행안전감과 운전자 의지대로 민첩하게 반응하는 선회성능은 이제껏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의 정석이었다.
시승차량은 3.3 터보 가솔린 2WD 풀옵션으로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f·m의 힘을 발휘하는 강력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시승구간은 서울~충남 서산까지 왕복 270㎞ 도심, 고속도로, 국도 등을 번갈아 시승했다.
스팅어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 공개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엠블럼이다. ‘KIA’대신 ‘E' 엠블럼이 적용돼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다. 실제 스팅어는 출발 전 주차장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떤 수입차 브랜드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어 운전석에 오를 때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낮고 좌우로 길게 뻗어있어 날렵한 느낌을 줬다. 측면은 스팅어의 우아한 곡선이 잘 드러나고 후면은 패스트백 루프라인으로 금방이라도 바람을 가르고 고속도로를 질주할 것만 같은 생김새였다. 특히 후면부는 볼륨감을 잘 살렸으며 타원형 듀얼 트윈 머플러는 이 차가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 했다.
실내로 들어서자 비행기 운전석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시 보드에 처음으로 적용된 스포크 타입 원형 에어벤트 때문이다. 항공기 터빈을 닮은 모양은 고성능차에 잘 어울리는 역동적인 이미지도 준다.
센터페시아 상의 버튼은 간결해 헷갈리지 않고 빠르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넓고 낮은 디자인의 전자식 기어 레버는 손에 착 감기는 느낌으로 그립감이 매우 좋았다.
기어 레버 바로 아래는 5가지의 드라이브 모드 변경 '다이얼'이 있는데 손 쉬운 조작으로 운전의 묘미를 살릴 수 있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자 스팅어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온 몸에 짜릿함과 속도감이 그대로 전달됐다. 특히 가속 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변속과정에서 ‘꿀렁’거리는 느낌 없이 밟는 대로 속도가 올라갔다.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 주행에서의 불안감은 없다. 동승자도 고속주행시 차선변경에도 다른 차와 달리 편안하면서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함이 좋았다. 고속 주행시 조향 안정감을 더해줬다.
코너링은 스팅어 주행의 백미였다. 비교적 급격한 코너에서 정속 주행 상태로 회전 구간에 진입했다. 꽤 빠른 속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흔들림 없이 회전 구간을 탈출했다. 오히려 더 가속하고 싶을 정도의 안정감으로 뛰어난 선회 성능을 보였다.
스팅어에 탑재된 2세대 드라이브 와이즈 등 최첨단 사양은 정체구간에서 운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기아차 최초로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의 정차, 재출발, 자동감속 기능은 우수했다. 직접 가속페달을 조작하듯 답답함이 없어 마음에 들었다.
퍼포먼스를 강조한 차량인만큼 연비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270㎞ 구간 시승 동안 연비는 10.2㎞/ℓ를 기록했다. 스포트 모드로 전환한 후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운전시 방지턱은 조심해야한다. 차체가 워낙 낮게 설계됐기 때문에 무심코 방지턱을 넘다보면 차에 상처를 입힐 위험도 있다. 리어의 루프라인에서 트렁크까지 패스트백 스타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후방시야가 좁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스팅어는 수입차와 비교해보면 가성비 갑(甲)이다. 뛰어난 퍼포먼스와 각종 첨단 편의사양을 5000만원대에 누릴 수 있다.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 시장 공략을 목표로 출시된 스팅어는 가성비로는 따라올 경쟁차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