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유통이야기 ‘리테일디테일’㊷] 사용기간 지난 약, 먹어도 괜찮나
2017-10-10 08:24
며칠 지난 경우는 문제없어..수개월 이후는 약효 급감
주변을 살펴보면 파스나 소화제 등 각종 상비약부터 비타민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까지 다양한 의약품이 쌓여 있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래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만, 또는 기억날 때만 쓰거나 먹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에는 식품과 마찬가지로 사용기한이 있다. 의약품 사용기한은 약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가 90% 이상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식품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정해져 있고, 이 기한이 지나면 보통은 상하게 돼 먹지 못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식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반면 의약품은 식품과 달리 사용기한이 일정기간 지나더라도 쉽게 변색·변형되지 않는다. 제품 효과도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각종 상비약이나 건기식 제품들은 사용기한이 지나더라도 버리지 않고 계속 먹거나 쓰는 경우가 많다.
아예 제품 사용기한을 알아두기보다는 다 소진하거나 제품 상태에 이상이 오기 전까지 쓰는 경우도 적잖고, 심지어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보관해 놨다가 수년이 지난 후에서야 발견한 후 버리기 아깝다며 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사용기한을 둔 데 대해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상술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이렇게 쌓아둔 각종 상비약과 의약품들을 사용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쓰는 것이 괜찮을까.
우선 의약품마다 설정된 사용기한은 법적 기준에 따라 설정된 요소다. 여러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이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기간이 사용기한이다. 사용기한 내에서 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약사가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사용기한과 별개로 개봉 후 유효기간도 있다. 제품 형태마다 다른데, 알루미늄 포장이 아니라 플라스틱 통 안에 든 약은 1년 이내에, 연고는 6개월 이내에, 약국 조제약은 2개월 이내에, 시럽제·안약 등 액체로 된 약은 한 달 이내에 모두 소진해야 한다.
다만 기한을 하루 이틀 넘긴 정도라고 해서 효과나 안전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일이 경과될수록 점차 효과·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사용기한이 지났더라도 얼마 동안은 쓰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났다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가급적 사용을 피해야 한다. 주요 성분이나 효과에 변화가 생길뿐더러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을 먹거나 연고를 발랐는데도 잘 낫지 않는 것 같다면 사용기한을 확인해봐야 한다. 보관상태가 나빠 사용기한 전인데도 외형에 변화가 생긴 경우 역시 사용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