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이 없다②]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中 과소평가 탓 연구 소홀"
2017-10-01 08:00
"한국, 對중국 수출 비중 30%로 美의 3배"
"중국 파워 인정 안해 중국전문가 태부족"
국가급 연구소 만들고 미국 편중 버려야"
"중국 파워 인정 안해 중국전문가 태부족"
국가급 연구소 만들고 미국 편중 버려야"
“한 분야에 적어도 10년은 몸담아야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간의 깊이와 지식의 넓이, 여기에 현장 경험이 더해질 때 전문가가 됩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중국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국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현장 경험을 쌓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통’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중국통이 절대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전 소장은 의사를 예로 들었다. 의사가 되려면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 등 적어도 10년은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에서 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 금융계에서 중국 투자은행 업무를 한 1세대 중국 금융통이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한국 기업과 기관에 중국경제와 금융에 관한 자문, 주요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중국경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국경제금융분야 전문가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 25%, 홍콩 5%, 미국이 12%입니다. 중국과 홍콩은 같은 식구니까 중국이 30%라는 이야기죠.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미국의 세 배나 됩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중국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우리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소비시장의 큰 손이 된 중국의 파워를 인정 안 하는 거지요.”
전 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관들을 열거하며 ‘중국통 불모지’임을 강조했다. “중국에는 한반도 연구학자가 300명이 넘습니다.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실 같은 곳이 대표적인 곳이죠.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걱정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해서 민간 싱크탱크, 국내 유수 대학의 중국연구소나 아시아문제연구소에 중국 본토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 전문연구인력이 10명이 넘는 기관이 별로 없을 겁니다. 5대 재벌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 대표 중에서 중국에서 석사 박사학위 받은 중국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될까요. 정부 부처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의사결정권자들 중에 중국통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전 소장은 언론과 정부, 기업에 중국통 육성과 배치를 강조했다. 미국 편향에서 벗어나 중국 전문가를 뽑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라는 주문이었다.
“중국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국가급 중국연구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중국경영을 가르치는 중국경영전문대학, 차이나 MBA과정 개설도 시급합니다. 정부의 고위 공무원 유학 보낼 때 이젠 적어도 우리 대중국 수출비중 만큼인 30%는 중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유학생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서 중국 전문가로 길러야 합니다. 중국에서 석박사를 한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도 만들어야 하겠지요. 중국어가 안 되는 중국 주재원들은 하루속히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 전문인력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전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을 맺었다.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건가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 무역흑자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