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본게임’ 부동산 보유세 ‘우회 증세’ 가능성

2017-09-24 18:15
정부-국회 각각 특위 구성 나서
先공시지가 현실화 後보유세 인상
증세 거부 보수야당 설득도 용이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공시지가 과세표준의 현실화냐, 보유세 인상이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이후 여야 협치의 '본게임'이 시작됐다. 부동산 증세를 둘러싼 전쟁이다. ‘보유세만 빼고 다 꺼낸’ 초강력 8·2 부동산대책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자, 보유세 카드 등 추가 대책 움직임도 꿈틀하고 있다.

24일 여야에 따르면 정부의 남은 카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공시지가 등 과제표준 현실화 △보유세 인상 △금리 인상 등이다.

이 중 최대 관심사는 보유세 인상 카드다. 문제는 시기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 국회는 이와는 별도로 여야 의원들이 참여하는 조세개혁특위를 만들어 중장기적인 조세개혁 로드맵 만들기에 나선다. 단기간에 사회적 합의를 꾀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선(先) 공시지가 과세표준의 현실화→후(後) 보유세 인상’의 순차적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종의 ‘우회로 증세’다.

◆공시지가,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해연도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평가해 6월 30일 발표하는 표준지의 단위면적(m²)당 가격이다. 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토지 관련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책정 등의 기준점이 된다.

문제는 공시지가 비율이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지역 및 주택에 따라 차등)에 그친다는 점이다. 강남권 중 일부는 전체 평균보다도 낮은 40% 수준이다. ‘낮은 공시지가=합법적인 탈세’로 불리는 이유다.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산세 등 산정 과정에서 낮은 공시지가 비율은 또 한 차례 인하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공정가액비율이다. 현행법상 재산세는 공시지가 대비 60%, 종부세는 같은 기준으로 80% 수준으로 결정된다. 현재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실거래가도, 공시지가도 아닌 공정가액비율에 부과하는 셈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의 매매가격(67억5000만원·지난 4월 매매)과 공시지가(27억1000만원) 차이는 40억원에 달했다. 낮은 공시지가가 공정가액비율을 거치면서 재산세는 실거래가 대비 20% 수준인 260만1920원만 책정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공시지가 비정상화, 합법적 탈세··· 시행령만으로 可

공시지가 과세표준의 현실화만으로 ‘보유세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시지가 과세표준을 조정하면 실제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고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거래가 1억원의 공시지가 과세표준 6000만원을 7000만∼8000만원으로 올려도 보유세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절차의 간소화’도 선 공시지가 과세표준 현실화에 한몫한다. 보유세 인상의 경우 입법화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공시지가 상향 조정은 정부 시행령만으로 가능하다. 정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매년 5%씩 공시지가를 인상, 마지막 해에 100% 달성을 목표로 했다.

보유세 인상에 거부감이 큰 보수야당 설득에 용이하다는 점도 ‘선 공시지가 과세표준 현실화’에 힘을 싣는다. 여당 의원들도 “보유세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도 6·13 지방선거 전 추진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조세·재정개혁 특위 구성을 놓고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가, 증세 논의 자체를 놓고는 정부와 국회가 주도권 다툼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해방 이후 왜곡된 조세제도의 핵심인 공평과세·조세정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보유세 인상 시기 등에 관해선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