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600만 구멍가게 대박 불붙인 알리바바, 아마존이 떤다

2017-09-20 10:09
온·오프라인에 스마트 물류 결합… 유통의 판을 바꾼 중국형 '신 소매'에 미국도 깜짝

항저우 구멍가게 웨이쥔슈퍼(좌)가 티몰스토어로 변신했다. [사진=항저우정부 홈페이지]


중국 항저우 저장대학교 위취안(玉泉) 캠퍼스 시시(西溪)로에 위치한 20㎡ 남짓 공간의 조그만 동네 구멍가게 ‘웨이쥔(維軍)슈퍼'. 황씨(47)가 8년째 운영하던 웨이쥔슈퍼는 최근 패밀리마트, 로손 등 유명 편의점이 주변에 잇달아 문을 열면서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티몰 스토어(중국명·톈마오샤오뎬·天猫小店)’ 1호점으로 재단장한후 모든 게 180도 바뀌었다고 현지 일간지 항저우일보가 지난 7일 소개했다. 

◆ 600만개 동네 구멍가게 살리기

티몰스토어는 쉽게 말하면 알리바바의 B2C 온라인쇼핑몰 티몰(톈마오·天猫)의 오프라인 상점이라 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티몰 전용 가판대가 눈에 띈다. 여기엔 티몰 인기상품인 수입산 과자, 디즈니 캐릭터상품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가격은 온라인과 동일하다. 이밖에 어묵, 만두, 소세지 등 즉석식품 코너도 편의점 체인처럼 마련됐다.

항저우 구멍가게 웨이쥔슈퍼(좌)가 티몰스토어로 변신했다. [사진=항저우정부 홈페이지] 


마트내 모든 물품은 수치화돼 점주가 매출량·재고량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알리바바 측에서 스마트 매장관리 시스템 및 각종 하드웨어 설비를 제공해 준 덕분이다.

동네 구멍가게가 티몰스토어로 변신하는데 드는 비용은 알리바바 측에 내는 보증금 1만 위안(약 170만원)과 매년 납부하는 기술서비스료 3999위안, 그리고 인테리어 시공비가 전부다.

그리고 전체 매장 판매 물품의 30%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B2B 구매·물류·마케팅 원스톱 서비스플랫폼인 '링서우퉁(零售通)'에서 구매해 들여오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링서우퉁은 티몰스토어의 ‘인프라’다. 링서우퉁에는 알리바바와 협력하는 온갖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구멍가게 상인들도 링서우퉁에 가입하면 중간에 복잡한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도 브랜드 제품을 싼값에 할인까지 받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링서우퉁은 마트 주변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경영 솔루션도 제공해 준다. 예를 들면, 상점 주변 반경 1㎞ 이내에 애완견을 키우는 가구가 많으면 강아지 사료를 추천해주고, 아기를 키우는 가구가 많으면 기저귀나 분유 등 영유아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웨이쥔슈퍼는 티몰스토어로 변신한지 2주만에 매출은 기존보다 45% 뛰었고, 고객 수도 26%가 늘었다. 한때 동네구멍가게에 불과했던 웨이쥔슈퍼는 이제 인근 편의점도 위협할 정도다.

현재 중국 전역에 구멍가게는 600만개가 넘는다. 이중 70% 이상이 3~5선 중소도시에 밀집해있고, 점주의 80% 이상은 45세 이상의 나이 든 어르신이다. 알리바바의 최종목표는 이 구멍가게 주인들을 모두 '신소매 혁명'에 동참하게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구멍가게 살리기 프로젝트’다. 현재 링서우퉁에 가입한 구멍가게는 전달 대비 50%씩 매달 늘어나 50만개를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10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는 링서우퉁 가입 구멍가게 1만개를 1년안에 티몰스토어로 개조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아마존도 따라하는 '신소매 혁명'

이는 신소매 혁명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중국 전체 소매업계에 신소매 혁명이 일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발점은 알리바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16년 10월 알리바바 클라우드 개발자 회의인 '윈치대회(雲棲大會)'에서 인터넷 시대의 다섯 가지 새로운 경제 물결 중 하나로 신소매를 처음 제창했다.

신소매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소매에 스마트 유통·물류를 융합시킨 새로운 소매 혁신 개념이다.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소매업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 의미한다. 기존의 오프라인의 재화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온라인투오프라인(O2O) 개념에서 한걸음 더 진전된 것이다.

직원이 없는 무인마트, 안면인식 결제, 로봇·드론의 상품 물류배송 등 기존의 소비자가 체험할 수 없었던 것들이 모두 신소매 혁명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신소매 혁명에 주목한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알리바바와 협력하는 소매업체들을 직접 조사·연구해 이들의 신소매 노하우와 사례 등을 집중 연구해 신소매 연구보고서를 발표했을 정도다. 보고서는 신소매가 중국의 경제발전, 납세와 고용, 유통업 혁명, 소비자 복지 등 다섯 가지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알리바바의 신소매 혁명은 세계 전자상거래업체 지존 격인 아마존의 아성도 넘볼 정도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알리바바는 곧잘 '중국의 아마존'으로 비유되지만 신소매 영역에서만큼은 아마존이 '미국의 알리바바'로 불려야 한다”며 최근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 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본격화하려 하는데 이는 알리바바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5층짜리 '알리바바 쇼핑몰'도 건설중

알리바바는 신소매 사업 일환으로 최첨단 기술에 기반한 ‘무인마트’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초 팝업스토어로 첫선을 보인 '타오카페'가 바로 그것.

알리바바 무인마트 '타오카페'[사진=알리바바 제공]


무인마트 이용방식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전에 부여 받은 QR코드를 찍고 마트에 입장해 평소처럼 쇼핑을 즐긴 후, 검색대를 통과해 매장을 나가면 스마트폰에 곧바로 ‘00위안이 결제됐습니다’는 문구가 뜨면 쇼핑은 끝이 난다.

따로 점원이 없어도 마트는 알리바바의 셀프 감지 센서, 머신러닝(기계학습), 위치 추적, 이미지·음성 인식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해 운영된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기는 고객이 어떤 매대 앞에 얼마나 오랫동안 서있는지, 몇 시에 무슨 제품이 잘 팔리는지, 어떤 제품을 매대에서 들고 갔다가 다시 갖다 놓는지 등을 파악해 고객의 소비취향을 분석하고 더욱더 스마트한 제품 관리, 제품 진열, 고객관리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라이벌인 아마존의 수석연구원 출신인 AI 전문가도 스카우트 했다. 런샤오펑은 지난 해 12월 아마존의 무인점포인 '아마존고' 사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알리바바가 준비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오프라인 쇼핑몰 모어몰(중국명·먀오마오·猫茂)이다. 알리바바의 티몰과 타오바오몰을 그대로 오프라인에 옮겨놓은 오프라인 대형 쇼핑몰로, 앞서 언급한 티몰스토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현재 항저우 본사 근처 약 4만㎡ 부지에 5층짜리 모어몰 쇼핑센터를 건설 중으로, 내년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알리바바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몰과 티몰에 입점한 다수 업체들이 둥지를 튼다. 상품 진열에서부터 제품 판매·마케팅까지 모두 소비자 성향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소매업체들 “알리바바 눈에 들자”

알리바바는 그동안 중국 대표 소매업체인 인타이(銀泰)백화점, 바이롄(百聯)수퍼마켓, 싼장(三江)쇼핑 등에 투자하며 ’신소매 제국’을 건설해왔다.

특히 지난해 1월 알리바바가 투자한 신선식품 전문 회원제 슈퍼마켓 허마셴성(盒馬鮮生)은 중국 신선식품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시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허마셴성 상하이 진차오점을 방문해 직접 대게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웨이보]


허마셴성은 마윈이 ‘신소매의 실험장’으로 키우고 있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체험형 슈퍼마켓이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알리바바의 새 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허마셴성의 강점은 바로 알리바바의 첨단 주문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 전자상거래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유통의 난제를 해결한 것.

허마셴성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신선식품 재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가격도 온·오프라인 동일하게 낮추는 한편 배송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모바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3㎞ 반경 내에서 30분 안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이외에 레스토랑과 협력해 고객이 현장에서 직접 고른 해산물·육류 등 식재료를 즉석 요리해주는 외식공간도 마련했다.

허마셴성은 현재까지 상하이·베이징·닝보 등 3개 도시에서 모두 13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고객들이 한달에 평균 4.5회 방문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화태증권에 따르면 허마셴성 1호점인 상하이 진차오점의 지난 한해 영업액이 2억5000만 위안, 평당 영업액이 5만6000위안으로, 동종업계 평균(1만5000위안)의 네배 가까이에 달했다.

허마셴성의 획기적 변신을 눈 여겨 본 다른 소매업체들도 잇달아 ‘제2의 허마셴성’을 꿈꾸며 알리바바와의 신소매 제국에 자진해서 뛰어들고 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하이란즈자(海瀾之家)가 대표적이다. 하이란즈자는 최근 알리바바 티몰과 신소매 관련 전략적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란즈자 산하 전국 5000개 오프라인 매장은 향후 스마트 매장으로 변신해 알리바바의 또 다른 신소매 실험장이 될 전망이다. 이로써 AI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쇼핑가이드가 소비자 개별적 성향이나 패션 트렌드에 맞춰 옷을 추천해주고, 가상현실(AR) 거울로 옷을 입어보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신소매 제국’은 나날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양대 유통공룡인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잇달아 중국 유통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철수를 선언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