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이제는 '메이드인 인터넷' 시대…데이터 神이 지배한다"

2017-07-27 05:00
'4차 산업혁명시대' 마윈이 외친 금과옥조
'메이드인 차이나' 시대 종언…인터넷 통해 누구나 제조생산에 참여
"전자상거래 지고 5新이 뜬다"…유통·제조·금융 전반 새로운 물결
전세계 전자상거래망이 하나로 엮이는 '인터넷실크로드'
'DT 시대' 최대자원은 데이터…'데이터 기업'으로 선언한 알리바바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 '인터넷 공룡'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주가 상승세가 거침없다. 뉴욕 증시에서 올 들어서만 70% 뛰었다. 지난 1년간 상승폭은 7월 25일 마감가 기준으로 80%가 넘어 현재 주당 150달러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달 초 도이체방크는 알리바바 목표주가를 201달러까지 올렸다. JP모건도 올해 알리바바 주가가 최소 30% 오를 것이라며 190달러로 잡았다.

JP모건은 알리바바가 단순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데이터기업으로 변신했다며 잠재적인 순익증가율이 기대치를 훨씬 초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 21일 시나재경망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 주식을 일찍이 매입하지 않은 게 실수라며 알리바바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양한 산업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알리바바의 가치는 더욱 뛰고 있다. 특히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의 미래를 보는 탁월한 안목이 알리바바를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터넷 불모지’인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를 처음 도입한 마윈이 제창한 새로운 혁신 개념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트럼프에 반기- ‘메이드인 인터넷’

"메이드인 차이나, 메이드인 아메리카는 이미 넘어섰다. 우리는 앞으로 제품이 너네 국가, 우리 국가에서 만들어졌냐를 따지지 않는 '메이드인 인터넷'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마윈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미·중 기업인 서밋에서 한 연설의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산 제품 홍보를 촉진하며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제창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마윈이 제창하는 메이드인 인터넷이란 어느 한 국가나 어느 한 기업에서 물건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모두가 연결돼 함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디자인은 미국에서, 제조는 독일에서, 조립은 중국에서 이뤄진 제품이 전 세계로 판매되는 것이다. 그동안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다국적기업만 이것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중소 영세기업들도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이러한 메이드인 인터넷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판 우버’인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은 차 한대 없이도 전체 중국 택시시장의 큰손이 됐다. 오픈마켓 타오바오몰은 물건 하나 만들지 않고도 전체 유통업을 한 손에 거머쥐었다. 유니온페이는 은행 하나 운영하지 않지만 전체 은행업을 쥐락펴락한다. 국민 모바일메신저인 텐센트의 위챗도 점포 하나 없이 수많은 위챗 상인들을 만들어냈다. 인터넷으로 모든 게 연결되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다섯 가지 새로운 경제 물결- 5新

“앞으로 전자상거래가 지고 5신(五新)이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인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윈이 2016년 10월 알리윈 개발자 회의인 윈치대회(雲棲大會)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5신은 신유통·신제조·신금융·신기술·신에너지로, 인터넷 시대의 다섯 가지 새로운 경제 물결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신유통은 온·오프라인과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유통혁신을 일컫는 말이다. 무인마트, 무인배송, 무인창고 등이 대표적이다. 신제조는 '기업·소비자 거래(B2C) 모델'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생산자에게 전달하는, 스마트화·개성화한 '고객과 기업(C2B) 모델'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신금융은 데이터에 기반한 신용시스템으로 청년·창업자·소상공인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포괄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신기술은 인터넷·빅데이터 등에 기반한 인류의 삶을 바꿀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 이 밖에 신에너지는 데이터가 석유·석탄·전기를 대신해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란 뜻이다.

최근 알리바바는 '오신(五新)집행위원회'도 설립했다. 장융 알리바바 CEO가 총책임자로, 알리바바 금융회사인 앤트파이낸셜, 물류회사인 차이냐오, 티몰·타오바오몰·알리윈 등 알리바바 생태계의 모든 역량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마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걸 연결하는 인터넷이 사회발전의 인프라”라며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이 스마트 세계의 도래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오신 집행위원회 설립은 인터넷 시대 비즈니스 인프라 설비를 구축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오신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둥성 TCL그룹 회장은 "신기술 말고 나머지는 개념도 잘 모르겠다"며 "사실 오신 개념은 마윈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만든 것으로 실물경제에는 그렇게 적합한 개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쭝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도 "실물경제가 신기술을 추구해 제조업을 첨단화시키는 데 동의하지만 신기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헛소리”라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대부분이 제조업 기업 총수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인데, 이는 중국 전통 제조업계가 인터넷 경제를 얼마나 경계하는지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 실크로드를 건설한다- eWTP

마윈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 교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걸 꿈꾼다. 이른바 ‘인터넷 실크로드’ 구상이다. 세계를 하나의 전자상거래망으로 엮는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Electronic WorldTradePlatform)이라고 마윈은 일컬었다. 지난해 3월 보아오 포럼 석상에서 처음 제창했다.

당시 마윈은 "전 세계 중소기업들을 위한, 자유롭고 공평하고 개방된 무역플랫폼을 만들어 중소기업들과 젊은 청년들이 글로벌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더욱 수월하게 참여하길 바란다"며 eWTP 개념을 소개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G20(주요 20개국) 정상선언문에도 포함됐을 정도다. 마윈은 지난해에만 전 세계 33개 국가와 지역을 돌아다니며 eWTP를 홍보해 열띤 호응을 얻었다.

전 세계 리더들도 eWTP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맬컴 턴불 호주 총리 등 많은 국가 정상들도 직접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로 날아와 eWTP 협력을 모색할 정도다.

마윈은 오는 2036년까지 20억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목표 아래 속속 인터넷 실크로드를 구축하고 있다. 올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eWTP 실현을 위한 전자허브도 구축한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이 누구나 글로벌 무역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마윈은 얼마 전에는 직접 아프리카를 찾아 아프리카 현지 창업인들을 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세계화, 보호무역주의 대두 속에서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마윈의 eWTP 구상은 앞으로 현실 속에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보다 중요한 데이터- DT시대

“세상은 정보통신기술(IT)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 시대로 가고 있다."

마윈이 지난 2015년 5월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박람회에서 제창한 말이다.

그동안 IT는 ‘산업’으로서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IT가 DT로 진화하면 인터넷이 경제 전반의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초가 될 것이란 것이 마윈의 진단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무한대의 데이터가 바로 경쟁력이다.

마윈은 미래엔 갖고 있는 데이터로 사회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일이 미래의 핵심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데이터 확보와 활용의 중요성을 직시한 대목이다. 알리바바 그룹이 “20년 후 글로벌 최대 자원은 석유가 아닌 빅데이터”라며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유다.

알리바바는 일찌감치 빅데이터를 선점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지난 수년간 온라인쇼핑에서 물류, 인터넷금융, 미디어, 광고 등 다양한 플랫폼 구축에 주력한 것도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알리바바는 이미 미국·유럽·싱가포르·일본·두바이 등 전 세계에 14개 데이터센터도 운영하며 구글·아마존에 버금가는 빅데이터 공룡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