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한미동맹 철석같다…어느정도 입장차 당연"
2017-09-19 16:56
뉴욕·뉴저지 '동포간담회' 참석
한·미간 엇박자 지적 입장 밝혀
각 분야서 활약중인 320명 초청
한·미간 엇박자 지적 입장 밝혀
각 분야서 활약중인 320명 초청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대북지원,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한·미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 "이런 정도의 입장 차이는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뉴욕 지역 동포와의 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등 한·미 공조는 철석같지만, 한·미 입장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기지의 경우 한·미 공동의 이익이 있지만 방위비를 더 분담해라, 충분하다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고, FTA를 놓고도 서로 유리하게 하겠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정도의 입장 차이는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동포 간담회엔 뉴욕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포 320여명과 한국계 미국 육사생도 10명 등이 대거 초청됐다.
7살에 미국에 이민을 와서 MIT대에서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것을 인정받아 미국 재무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주휘찬씨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환경시장그룹 박경아 전무 등이 참석했다.
경기 안양에서 태어나 2살 때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 이민 온 장병우 생도는 '육사에 재학 중인 한인들의 근황을 소개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한국 음식 체험도 하고 다 같이 잘 어울린다"면서 "무시당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장 생도에 따르면 현재 미 전체 육사생도 4400여명 중 한국계 미국인은 200여명 정도로 외국계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안 되면 되게 하라', 영어로 하면 '나씽 이즈 임파서블(Nothing is impossible)'인데 별로 민주적인 것은 아니지만 군인이 이런 자세를 가져줄 때 안보를 군인에게 맡긴 국민도 일상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도 생각해주고 한미 동맹관계에서 든든한 접착제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에 진출한 동포 숫자가 740만명을 넘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웬만한 나라 전체 국민보다 더 많은 숫자인데 이 분들의 힘을 모으고 동포 한 분 한 분이 외교관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먹고 살만하게 됐는데 더 욕심이 생기지 않는가"라며 "자리 잡은 정도가 아니라 중심부로 들어가 미국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정부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한미동맹에 있어 든든한 브릿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인이민사박물관 건립 추진, 재외동포처 신설 제안 등을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가 축하공연을 해 자리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간담회에는 뉴저지주 뉴턴 세인트폴 수도원의 김 사무엘 주임신부를 비롯한 10여 명의 수도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폴 수도원은 6·25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이 수도사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평생을 보낸 후 안장된 곳이다.
현재 세인트폴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사 12명 중 9명이 한국인으로, 문 대통령은 이들을 동포간담회로 초청해 라루 선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피란길에 올랐으며, 빅토리호가 내려준 경남 거제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열린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언제나 국제적인 평화와 화합의 장이 돼 왔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지난 겨울 혹독한 정치적 격변을 겪은 우리에게 치유의 올림픽이 되고 나아가 평화와 통합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념주화의 금화에 새겨진 게 나무와 새끼줄을 엮어 만든 한국형 전통스키인 ‘고로쇠 스키’와 눈신발 ‘설피’라는 것을 소개, “우리 선조들이 이 원시적인 스키를 타고 곰과 호랑이, 멧돼지를 찔러잡았다는 기록이 조선시대의 옛 책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만하면 우리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개최할 만한 나라 맞지 않느냐. 이 정도면 제가 평창 ‘명예 홍보대사’라고 할 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동포간담회 참석인원 전원을 홍보위원으로 위촉했다며 "미국과 전 세계에 강원도 평창의 겨울, 그 정겨움과 아름다움, 역동성을 알려달라. 동포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면 평창 동계올림픽도 멋지게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평창의 성공으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고, 동포사회는 더욱 활력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동포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하나된 열정, 2018 평창 파이팅'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또한 평창올림픽 홍보용 수건을 펼치며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