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루 끝에 달린 중국의 전통과 신비…쑨쉰 '망새의 눈물'전

2017-09-18 09:57
오는 11월 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 국내 최초 개최
회화, 설치, 영상 등 대표작 20여 점 선보여

쑨쉰,'Suan Ni'(2016)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중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 쑨쉰(孙逊·37)의 전시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오는 11월 5일까지 쑨쉰의 개인전 '망새의 눈물(鸱吻的泪)'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쑨쉰이 서울에 약 일주일간 머물며 완성한 대형 두루마리 회화 작품을 비롯해 설치, 영상 등 자신의 대표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쑨쉰은 한국과 중국이 근현대기를 거쳐오며 겪은 공통된 경험과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에 착안해 '전통'과 '신비함'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했다. '망새'는 전통 건축 양식의 용마루 끝 쪽 장식을 일컫는 것으로, 악한 기운을 쫓고 재난을 방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랄리오갤러리 관계자는 "'망새의 눈물'은 망새로 상징되는 양국 고유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서구문물과 현대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점차 자리를 잃어감을 아쉬워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기쁘게 맞이하는 양가적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쑨쉰, 'Pegasus'(2015)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쑨쉰은 북한과 몽골을 접경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의 작은 광산 마을 푸신(阜新) 출신이다. 덩샤오핑이 1978년 시작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변혁의 물결이 한창이던 때에 태어난 '바링허우'(80 后, 중국의 80년대생을 일컫는 말)세대인 셈이다. 이들은 문화혁명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 상흔을 목격하였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학습한 뒤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또 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세대로부터 구전된 역사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조부모가 중국 국민당 당원이었던 그의 가족은 문화혁명 당시 부르주아로 몰려 고초를 겪었다. 공장 직원이던 쑨쉰의 부친은 정치와 멀리하라는 당부와 함께 아들의 예술적 재능을 지지해 주었고, 쑨쉰은 항저우에 위치한 저명한 예술고등학교인 중국미술학원 부속 중등미술학원을 거쳐 중국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쑨쉰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쳤던 이상적인 경제 체제와 직접 경험한 자본주의 체제 사이의 괴리감과 모순에 주목했고, 이를 작업의 주요 제재로 삼았다.

그의 화법은 짙은 먹으로 기운 넘치게 그려내는 중국의 회화 기법뿐만이 아니라 루쉰이 1920년대 말 주도한 신목판화운동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그의 작품은 중국의 전통회화처럼 서술적 요소가 강하지만 계몽·종교·정치적 주제와는 거리를 두고,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중국의 차세대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쑨쉰(38)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쑨쉰은 대학 졸업 후 베이징에 설립한 'π'(파이) 스튜디오와 함께 필름 누아르(film noir)적인 영상 작업을 지속하는 등 작품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최근엔 뉴욕 타임즈 스퀘어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목판화로 제작한 3D 영상 '타임스파이'(Time Spy)를 뉴욕의 빌딩 전광판에 상영해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2016년엔 뉴욕 구겐하임뮤지엄 전시, 2014년엔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전시 등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