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20년만에 수업료 20% 인상…日대학 전체로 파급되나

2024-09-11 18:39
도쿄대측 "정부 교부금 감소, 물가 상승 등으로 재정 악화"
석사 과정도 2029년도 입학생부터 약 100만원 인상

도쿄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을 대표하는 국립대인 도쿄대학이 내년도 입학생부터 수업료를 현재의 약 20%에 해당하는 11만엔(약 1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도쿄대의 수업료 인상은 20년만으로, 일본 내 국공립대학의 수업료 줄인상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쿄대의 현재 학부 수업료는 53만 5800엔(약 502만원)으로, 이번 인상안으로 2025년 신입생부터 64만2960엔(약 60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일본의 국립대 수업료와 관련한 문부과학성 시행령에서는 수업료를 표준액에서 20%까지 올리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대는 2005년도에 문부과학성 표준액에 맞춰 1만5000엔(현재 환율 기준 약 14만원) 가량 인상한 뒤 20년 동안 수업료를 동결해왔다.

물론 이미 히토쓰바시대와 지바대 등과 같이 일부 수도권 국립대에서 수업료를 인상했지만 이번 도쿄대의 결정으로 지방 국립대 등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근까지도 도쿄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일었다. 기업 등과의 공동연구와 기부금 등으로 수입을 늘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업료 인상을 단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등이 간부 교수들에게 등록금 인상안을 처음 제시한 것은 5월 14일이었다. 다음날 일본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자 곧바로 학생들의 반응이 나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은 무료신문을 배포하거나 혼고 캠퍼스의 야스다 강당 앞에 천막을 치고 반대를 호소하는 그룹도 등장했다. 일부 교수들도 반대를 표명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커지자 학교측은 한 차례 인상안 발표를 연기하기도 했다.

동경대는 인상 이유로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관련에 사용되는 운영비 교부금의 감소를 들었다. 실제 도쿄대의 일본 정부 교부금은 20년간 80억엔(약 756억원) 가까이 줄어들어 산학협력과 기부금 확보 등에 힘을 쏟으며 수입을 늘려왔다. 반면 세계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시설 등 정비 비용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공공요금과 물가 상승까지 겹쳐 재정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일본의 국립대 가운데는 운영비 교부금 삭감,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재정 상황이 어려운 곳이 많다. 2019년도부터 도쿄공업대, 히토쓰바시대, 치바대 등 6개 대학이 학부 수업료를 표준액의 약 1.2배 인상했다.

이밖에도 히로시마대의 오치 미츠오 총장은 "2년 이상 전부터 등록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는 등 향후 물밑에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는 대학이 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쿄대는 대학원 석사 과정 수업료도 2029년도 입학생부터 10만엔(약 94만원)가량 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