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매각 딜레마] '금호타이어 불발' 이동걸式 매각 해법은?
2017-09-10 19:00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앞에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매각이 당장의 과제로 주어졌다. 최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의 협상 결렬로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금호타이어와 올 하반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대우건설의 행방이 묘연하다.
1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오는 12일까지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자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지난 5일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가 요구한 매각가격 인하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 8일 더블스타에 보낸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에 양측 모두 동의하면 매각은 최종 무산된다.
1년 7개월을 끌어온 매각 작업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걸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산업은행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동명이인의 이동걸 교수가 내정된 것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번 정부에서 초대 금융위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자타공인 '실세'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이 내정자는 재벌개혁론자로서 앞으로 매각 및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처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주채권은행으로서 건설·항공·조선·해운 등에 두루 걸치고 있다. 하나의 재벌기업인 셈이다.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도 몇 달 전 고비를 넘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및 매각도 신경써야 할 문제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장적인 새 정부의 입장이 드러났고, 더블스타의 요구가 매각 자체를 엎을 만큼의 부담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더블스타는 매각가격 1550억원 인하에 이어 800억원을 추가로 깎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상표권 보전비용(2700억원) 등은 그대로 떠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정부는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서 파산으로 정리한 후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족자금은 스스로 조달한다'는 원칙에 따랐다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누차 설명해 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은 아직 소강 상태다. 산적해 있는 매각 및 구조조정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산업은행과의 긴밀한 협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이 내정자는 구조조정과 같은 현안을 빨리 해소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산업은행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