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내려줘”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철수 검토…계륵 된 공항면세점

2017-09-05 07:53
업계 “정부 특허 남발로 공항 면세점 이점 사라져”

4일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구역. [연합뉴스]


롯데면세점(대표 장선욱)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적자가 커지자 인천공항 철수를 검토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의 상징성 때문에 당장의 철수보다는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풀이한다. 그럼에도 공항 면세점이 더 이상 예전의 높은 위상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외국인 수요를 과다 예측, 무분별하게 시내면세점을 늘린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일 “사드 보복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으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에 따른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적자를 시내면세점이 메우는 형국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엄포라고도 하는데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호소하는 것은 인천공항 임대료가 입점 초기보다 후기로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5년간 확보된 3기 면세점 입찰을 통해 롯데면세점은 약 4조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했다. 운영 첫해 1년간 임대료는 5000억원이었으나 운영 3년차엔 7700억원, 4년차에는 1조1800억원 등 3~5년차 기간(2017년 9월~2020년 8월)에 전체 임대료의 75%를 내야 한다.

신라면세점도 총 1조5000억원을 내야 하는데 3년차인 올해부터 2900억원, 3100억원, 33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난다. 신세계면세점은 4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매해 전년 대비 10% 오르는 구조로 임대료를 정했다. 이처럼 후기 임대료를 더 내기로 한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에서였지만, 사드 보복으로 ‘허상’에 그치게 된 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 요구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이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타 업체와 달리 스스로 임대료를 높게 써냈고, 여객 수와 국내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 모두 줄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국토교통부가 제주·청주·무안·양양 등 4개 공항에 대해서만 면세점·상업시설 임대료를 30% 깎아주고 납부시기도 유예해 주기로 하면서 업계 입장에서 인천공항은 더욱 ‘계륵’으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개장으로 인해 현재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임대료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 2015년 인천공항공사와 3기 운영 면세점 사업자 양측은 특약을 통해 제2여객터미널 여객 이전 이후 임대료를 조정키로 했다. 그러나 주도권은 여전히 인천공사에 있어 큰 폭의 조정은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분별하게 시내면세점 특허를 남발하면서 공항면세점의 이점이 사라졌다”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9.5%에 이르는 인천공항공사가 문재인 정부의 ‘더불어 잘사는 경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임대료 인하에 전향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