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규칼럼] 한국이 산재 왕국인 이유
2017-08-28 20:00
몇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것 같다. STX조선에서 건조 중인 선박 내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네 명의 근로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마침 고용노동부에서 산재 사망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하며 산업안전정책을 발표한 직후에 벌어져 더 안타깝다.
새로운 정책의 핵심은 사망사고가 하청업체에서 많이 나니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처벌 중심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관행 구조까지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하면 경제수준이 비슷한 유럽국가의 3~4배가 되는 산재 사망사고가 정말 줄어들 것 같다. 원청의 책임 강화는 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처벌 중심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관행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현재의 법체계 안에서도 가능하므로 기대가 된다. 그런데 현재 고용노동부의 STX조선에 대한 처리 방향을 보면 이러한 기대를 하기 어렵다.
현재 언론을 통해 접한 사고에 대한 처리 방향은 새로운 산업안전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기존의 사고처리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와는 별도로 고용노동부는 STX 조선에 대해 2주간의 특별감독을 한다고 하는데 결과는 예상이 된다. ‘특별감독 결과 수백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어 수천 또는 수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의 산재사망사고에서 흔히 봐왔던 기존의 산업안전보건정책에서 한 발도 못나간 것이고 사망재해 감소는 요원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강력한 감독을 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 지나면 다른 사업장에서 또 다시 대형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이것은 사고가 감소되는 방향과 행정 방향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는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관행적인 위반사항을 들춰 처벌하여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사고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에서 지적되는 수백 가지의 위반사항은 사고가 나지 않은 다른 사업장도 점검을 하면 같은 수준으로 발견될 수 있다. 사고만 나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지적된 위반사항은 대부분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보건공단 같은 전문기관이 원인을 조사하도록 하고 결정적인 위반사항이 없다면 피해 보상으로 끝나야 한다. 다수가 위반하고 있는 사항에 대한 처벌위주 정책은 원인 제거보다는 사고 발생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산재 은폐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흔히 발생하는 원인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고 원인이 이미 주의를 촉구하던 (과거에 발생했던) 사항이면 법대로 처벌하되, 처음 발생한 사례라면 반면교사로 삼고 동종의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니 원청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결되겠는가? 원청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직접 사고를 유발한 업체도 엄벌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한 발 뒤에 있는 원청을 처벌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 효과를 거두려는 욕구는 버려야 한다.
사고업체건 원청이건 사고를 중심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사고가 없더라도 다수의 사고를 유발한 위험요인에 대한 예방수칙을 지키도록 행정력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우리 법은 죄형법정주의로 사고 후에 위반사항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사고 전에 예방수칙을 위반하는 것을 처벌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처리가 필자가 예상한 것처럼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백 가지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면 국민 감정은 풀어주겠지만, 사고는 줄지 않는다. 사망사고의 핵심 원인을 추출해서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 사고여부와 무관하게 감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사망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