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㊻] GSK, 잇단 유해성 논란 ‘낙인’ 글로벌제약사 명성 ‘휘청’

2017-08-28 03:00
당뇨병약 아반디아 심장질환 논란
자궁경부암백신 전신통증 부작용
안전성 인정에도 매출액 65% 급감

[아주경제 DB]


최근 살충제 검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유통단계도 정상화됐지만, 계란 수요가 크게 줄어들 만큼 ‘위해성’ 논란은 신뢰도와 소비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위해성 논란과 악연이 깊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GSK 당뇨병약 ‘아반디아’는 1999년에 등장한 이후 세계 당뇨병 치료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주목을 받았다. 전성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 국내에서만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정도였다. 아반디아는 GSK 성장기반이자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있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승승장구하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2010년 FDA가 사용 제한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아반디아는 사실상 약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 논란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같은 해 안전성 논의를 거쳐 일부 소수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게 하며 사실상 사용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일부 학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반디아는 전 세계적으로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약’이 됐다. 이는 시장 퇴출로 이어졌고, 성장동력을 잃은 GSK는 휘청였다.

3년이 지난 2013년 11월 FDA가 “임상 분석 결과 아반디아가 다른 당뇨병약보다 심장질환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라고 발표하며 명예는 회복됐지만 GSK에 뼈아픈 흉터로 남았다.

GSK는 2013년 자궁경부암백신 부작용 의혹으로 또 한 차례 위해성 논란에 시달려야만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백신은 GSK가 개발한 ‘서바릭스’와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MSD(미국명 머크)가 개발한 ‘가다실’ 2개 제품이 사용된다.

2013년 일본에서 이들 제품을 맞은 소비자들이 전신통증 등 129건의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위해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는 곧바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 두 제품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65% 이상 급감했다.

현재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자궁경부암백신 부작용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우리 보건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만 12세 여성청소년에게 자궁경부암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작용 소식에 예민한 국내 정서 때문에 시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청소년 보호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3.5%가 ‘부작용’을 미접종 이유로 꼽았다.

학계와 정부가 모두 안전하다고 평가한 약이지만, 한번 불거진 위해성 논란과 낙인은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인 GSK도 피해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