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㊺] 롯데닷컴, 실적 역주행…체면 구긴 롯데 ‘온라인 맏형’

2017-08-21 04:21
1996년 시작 국내 1호 온라인몰…지난해 303억원 ‘사상 최대 적자’
할인쿠폰 등 과도한 출혈경쟁 탓…유통 통합 옴니채널 구축도 부진

국내 1호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온라인마켓 순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사진=롯데닷컴 제공]


‘국내 최초 온라인쇼핑몰’ 명성을 보유한 롯데닷컴(대표이사 김형준)이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을 시작으로 국내 1호 온라인쇼핑몰 타이틀을 가진 롯데닷컴은 엘롯데(롯데백화점)·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등 롯데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채널 중 맏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맏형의 현재는 초라하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쇠락하는 반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롯데닷컴의 실적은 되레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롯데닷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42억원으로, 이는 전년(2112억원) 대비 3.3% 역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9억원에서 -303억원으로 적자 전환, 롯데닷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롯데의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은 2014년 신세계몰·신세계백화점·이마트몰·트레이더스 등을 통합한 온라인쇼핑몰을 구축,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며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한 것과는 대조된다.

롯데닷컴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특히 ‘아픈 손가락’이다. 신 회장은 2000년 롯데닷컴 법인을 세우고 대표이사를 맡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신 회장은 당시 자신이 사장을 맡고 있던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롯데닷컴을 결합시켜 차별화된 유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었다. 최근 유통가의 이슈인 ‘옴니 채널’의 구상을 이미 17년 전에 밝힌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의 선견지명이 무색하게 롯데닷컴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온라인시장이 커지자,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할인쿠폰 등을 앞세운 출혈경쟁에 동조한 탓이다. 신 회장이 강조한 옴니 채널 구축을 위해 롯데백화점·마트 등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 통합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닷컴은 그룹의 태생지인 일본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5년 만에 철수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2010년 6월 종속법인으로 설립한 롯데닷컴재팬은 매출부진과 누적적자 확대 등 부실이 커지면서 2015년 1월 청산됐다.

신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반부패 윤리 경영’에 오점을 낸 사건도 있다. 롯데닷컴 직원 문모씨는 2012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아내 명의로 쇼핑몰 아이디를 발급 받아 물품대금을 회사가 대신 내게 했다. 이런 수법으로 회사 돈 81억원을 횡령, 결국 롯데닷컴의 적자 폭을 키우고 말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신세계와 비슷한 시점인 2014년부터 롯데닷컴을 중심으로 옴니 채널 구축에 나섰지만, 이른바 ‘형제의 난’ 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롯데닷컴을 탄생시킨 신동빈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성장 동력을 강조하는 만큼, 롯데닷컴이 앞장 서서 체질 개선을 할 때”라고 제언했다.